[똑똑 우리말] ‘그리고’와 ‘그러고’/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그리고’와 ‘그러고’/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1-15 22:44
업데이트 2020-01-1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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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문장을 연결할 때 위 예문처럼 ‘그리고는’을 자주 쓴다. 그러나 이때의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고쳐 쓰는 게 맞다.

‘그리고, 그러나, 그러므로, 그런데’ 등은 접속부사다. 단어·구·절·문장 따위를 연결할 때 쓰는 접속부사에는 ‘은/는’이 결합하지 않는다. “너 그리고 나”, “약속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너는 오지 않았다”와 같이 접속부사는 보조사와 결합한 형태로 쓰지 않는다. 그러니 ‘그리고는’은 올바른 쓰임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다’라는 동사에서 활용한 ‘그러고’에는 ‘는’이 결합할 수 있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로 ‘그렇게 하다’의 뜻이다. ‘그러고’의 줄어들기 전 형태인 ‘그리하고’에도 ‘는’을 붙여 쓸 수 있다.

‘그리고 나서’라고 쓰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그러고 나서’가 옳다. ‘먹고 나서’, ‘자고 나서’처럼 ‘-고 나서’ 앞에는 동사만 올 수 있기 때문에 동사가 아닌 ‘그리고’는 올 수 없다.

‘그러고 나서’의 ‘나서’는 보조동사 ‘나다’를 활용한 형태다. ‘나다’는 “일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하다”처럼 ‘-고 나서’의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그러니 동사가 아닌 접속부사 ‘그리고’는 ‘그리고 나서’의 형태로 쓸 수 없다. “써레질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모내기를 했다”에서 ‘그리고’를 살려 쓰고 싶다면 뒤에 오는 ‘나서’를 빼면 된다.

oms30@seoul.co.kr
2020-01-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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