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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종신집권 모색 분위기…중국 집단지도체제 사실상 와해

시진핑 종신집권 모색 분위기…중국 집단지도체제 사실상 와해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26 14:18
업데이트 2018-02-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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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권력설계안 붕괴…“시진핑, 2033년까지 집권 가능성”

중국 특유의 집단지도체제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1인 권력체제 구축 과정에서 사실상 와해돼 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서울신문 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서울신문 DB
시 주석은 취임 이후 줄곧 권력을 1인으로 집중 강화시킨 데 이어 이번에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사실상 ‘황제급’의 종신권력을 누릴 채비를 갖췄다.

집권 2기 임기 후반에나 시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장기집권 시도가, 초반에 이뤄진 데 대해 시 주석의 권력의지가 예상보다 크다는 중평이 나온다.

여기에 다른 상무위원과의 대등성보다는 우위성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권력 행보는 집단지도체제의 와해를 의미한다.

마오쩌둥 1인 독재 시대에 후계자들이 연이어 ‘폐출’되는 것을 목격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과도한 권력 집중을 경계해 고심해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다. 덩샤오핑은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국가주석 직은 한 번도 맡지 않았을 정도로 마오쩌둥의 폐단을 경계한 채 집단지도체제의 바탕을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

중국 내부에서 ‘민주집중제’로 불리는 집단지도체제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직인 총서기의 독단을 허용하지 않고 중대 결의사안을 정치국 상무위원회 공동으로 결정토록 한 것이다.

7명 또는 9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공동 지도부를 구성하고 이들이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 1인 1표제를 채택하도록 했다. 서열 1위의 총서기의 표나 나머지 상무위원들의 표는 모두 등가다.

이어 모두 2개 임기 10년 동안 상무위원마다 한 분야를 맡기고 각자의 한계를 분명히 정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구룡(九龍)의 치수(治水)’ 체제를 마련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덩샤오핑에 이어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면서 쌓아져온 집단지도체제를 야금야금 허물어왔다.

전임 후진타오 주석 시절 내정된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낙마시킨데 이어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廣東)성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격대 후계제도를 사실상 파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둘은 시진핑 다음의 후계자로 유력시됐으나, 시 주석은 집권 1기를 마무리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그런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19차 당대회 직후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각각 당 총서기인 시 주석에게 업무를 보고하도록 바꾼 것도 집단지도체제의 와해와 관련이 있다.

최근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을 부총리로 내정한 시 주석은 류 주임을 경제사령탑으로 내세워 국제무대에 출현시키고 실무 경제과제도 맡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시 주석이 경제를 맡고 있는 서열 2위의 리 총리를 건너뛰어 류 주임을 통해 경제실권까지 장악한 것으로 봤다.

특히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대다수가 별다른 계파 색채 없이 시 주석에 대항하거나 견제할 뜻이 없는 인사들로 채워진 점도 집단지도체제가 무너진 사유로 꼽힌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쉬전(許禎)은 “덩샤오핑 시대 이후 제도화의 길을 걷고 있던 중국 권력체제가 퇴행하는 느낌”이라며 “시진핑 시대 들어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시 주석의 정책결정에 참고 의견을 제시하는 ‘브레인’들로 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부터 당내에 각종 소조, 위원회를 나눠 설치해 조장, 주임, 주석, 총지휘를 겸하는 방식으로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의 직무를 침탈해왔다.

이와 함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에게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내규를 적용시켜 퇴진시키는 듯 하다가 이번 양회에 국가부주석으로 다시 불러들일 참이다.

19차 당대회에서는 67세에 이르지 않았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등 일부 정치국 위원들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7상8하 내규를 사실상 파기시켰다.

시 주석은 급기야 국가주석의 연임제한 규정 삭제를 통해 3연임 이상은 금지한 덩샤오핑의 권력설계안에도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국가주석의 연임제한 규정은 중국 최고지도자의 당정군 3위일체 영도체제에서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영속화하는데 유일하게 걸림돌이 됐던 대목이다.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있는 중국 체제에서 당의 최고위직인 총서기는 당장에 별다른 임기제한 규정 없이 통상 10년을 재직하는 관행에 따라왔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도 마찬가지다.

현재 64세인 시 주석은 2022년 20차 당대회에 69세가 돼 총서기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유명무실된 7상8하 내규에 따라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계속 맡을 수 있게 됐고 이듬해인 2023년 양회에서는 연임제한 규정이 사라진 국가주석의 3연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런 집권 연장 계획에 따라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에서 차기에 올라올 후계지도자를 내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윌리 람(林和立) 홍콩 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 주석은 21세기의 마오쩌둥”이라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시 주석은 20년을 권좌에 있고 싶어한다. 시 주석이 총서기는 2032년까지, 국가주석은 2033년까지 맡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람 교수는 “마오쩌둥이 실책을 계속하게 된 이유는 당시 중국 체제가 독단을 허용했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의 말이 법이 되는 현 상황에서 권력균형은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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