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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부> ⑫ CJ, 지역아동센터 교육지원사업 ‘도너스캠프’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부> ⑫ CJ, 지역아동센터 교육지원사업 ‘도너스캠프’

입력 2013-05-20 00:00
업데이트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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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함께 수업… 알파벳 몰랐던 아이들 “영어 게임 재밌어요”

“5월이 영어로 뭐죠?”

“메이요.”

“캔 유 기브 미 더 스펠링?”

“엠, 에이, 와이~”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관악구 미성동에 위치한 물댄동산난곡지역아동센터 ‘무지개동산교실’에서 열린 영어교실. 초등학교 3~5학년 아이들 6명의 시선을 끌기 위해 대학생 선생님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미성동 물댄동산난곡지역아동센터에서 대학생 선생님 문재원씨와 아이들의 영어수업이 한창이다. 문씨는 CJ도너스캠프의 대학생영어지원단(ESST)에 참여해 이 수업을 1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문씨는 “고액 과외에 비할 수 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미성동 물댄동산난곡지역아동센터에서 대학생 선생님 문재원씨와 아이들의 영어수업이 한창이다. 문씨는 CJ도너스캠프의 대학생영어지원단(ESST)에 참여해 이 수업을 1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문씨는 “고액 과외에 비할 수 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눈동자도, 손도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 아이들. “선생님 빙고 게임하면 안 돼요?” “그건 열심히 하면 나중에.” 산만한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선생님은 ‘플리즈 게임’을 시작했다. “플리즈라고 하면 무조건 내 말을 듣는 거다. 에브리보디 플리즈 비 콰이어트!”

지난해 3월부터 수업을 진행해 온 문재원(22·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4년)씨는 “처음에 왔을 때보다 그래도 아주 많이 나아진 것”이라며 웃었다. 1년째 호흡을 맞춰 온 덕인지 정신없이 구는 아이들을 다루는 데 능숙했다. 틈틈이 조잘대지만 문씨의 지도 아래 아이들은 곧잘 파닉스(발음법) 수업을 잘 따라간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약물 치료를 받거나 가정폭력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도 있어요. 처음엔 아이들의 돌출행동 때문에 놀라고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비돼서 힘들었죠. 이런 아이들도 옆으로 다가가서 관심을 기울여 주면 금방 집중해요.”

‘난이 피는 골짜기’라는 뜻의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난곡(谷)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지만 재개발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운 곳이다. 6년 전 난곡우체국 사거리에 있는 오래된 빌딩 3층에 둥지를 튼 물댄동산난곡지역아동센터는 42명 아이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차상위계층 출신이 80~90%로,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 탓이다. 요즘 세 살짜리도 광풍에 가까운 사교육에 찌든다지만 이곳에 오는 아이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아동센터의 영어교실은 몇 달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철저히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데 봉사자 개인 사정으로 수업이 중단되기 일쑤였다. 아동센터의 운영자인 이경아 센터장은 “좀 과장해서 말하면 아이들이 매일 ABC만 떼다가 끝나는 꼴이었다”고 했다. 예전 과외를 했던 문씨도 처음 수업 때 이곳 아이들이 또래들과 격차가 너무 나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5~6학년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알파벳조차 모르는 아이도 있더라고요.”

한 선생님과 아이들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된 데는 CJ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CJ도너스캠프’의 역할이 컸다. CJ도너스캠프의 주요 사업은 전국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교육 지원이다. 영어교육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기업이 나서서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대학생영어교육지원단(ESST)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

영어를 가르치는 데 관심이 많은 대학생 100명을 선발해 이들에게 총 60시간의 약식 테솔(TESOL) 과정을 이수하게 한 뒤 결연을 맺은 아동센터에 파견했다. 주당 13만 5000원을 활동비로 지원받는 한편 동시에 영어교수법 강의도 들을 수 있어 참여 대학생들의 호응이 크다. 이들 학생은 CJ그룹 신입사원 지원 시 서류전형 가산점 혜택도 받는다. 올해는 2기 145명이 선발돼 활동 중이다.

CJ도너스캠프의 후원으로 아이들은 학습능력 향상은 물론 정서적으로 안정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부모는 무료로 명문대생의 과외를 받을 수 있어서 반색하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뜻깊은 아르바이트에 흡족해한다.

일주일에 2번씩 이곳을 찾는 문씨에게 아이들과의 만남은 하나의 활력소. “짐이 되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아이들과 만나는 게 즐겁고 뿌듯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엄청 반겨주거든요.” 10살 현진이에게 수업이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영어로 하는 게임은 즐겁지만 수업은 좀 재미없어요”라며 입을 삐죽 내민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만남이 얼마나 즐거운지 눈빛으로 대신 말하고 있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3-05-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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