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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鐵의 실크로드’…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뜬다

[신년기획-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鐵의 실크로드’…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뜬다

입력 2014-01-01 00:00
업데이트 2014-01-0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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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R 이용땐 통과 국가 수 줄고 통관절차·환적 시간 절약

19세기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리히트호펜은 1877년 중국 신장(新疆)에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국제 교역로를 ‘실크로드’(Silk Road)라고 불렀다. 실크로드는 중국을 기·종점으로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에 이르는 국제 교역로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8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데 이어 11월 13일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한 나진~하산 철도 프로젝트에 한국이 동참하기로 합의해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가 1916년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철도(9297㎞)를 연결한 지 1세기 만이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한 철도연결 사업이 공론화된 지 13년여 만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이 얼어붙은 바다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 블라디보스토크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이 얼어붙은 바다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
블라디보스토크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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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실크로드 사업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구축,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 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와 연계해 유럽까지 경제성이 보장된 수송로를 건설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여러 대안 가운데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유럽까지 최단 거리인 데다 자원 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두만강을 거쳐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국경 통과가 적어 통관 절차나 환적(해상운송에서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것) 등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해상으로 화물을 수송하면 30~33일이 걸린다. 반면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로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경유하면 20~22일로 10일가량 단축된다. 운임도 컨테이너 1개당 46%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에너지원의 73.4%를 중동에 의존하는 만큼 러시아 극동지역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라시아 철도가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유라시아 철도를 추진하려면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남북한 철도연결 사업을 복원해야 한다. 정부는 2000년 9월 경기 파주시 문산부터 군사분계선까지 경의선 구간 12㎞를 착공해 2002년 10월 완공했다. 강원 고성군 제진역부터 군사분계선까지 동해선 구간 7㎞를 2005년 12월 건설했다. 북측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궤도 부설을 2004년 10월 완료했고, 지난해(2013년) 9월 나진부터 러시아 하산까지 철도 54㎞를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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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 지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기차가 들어서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31일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 지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기차가 들어서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TKR 노선은 현재 3개 축으로, 이 중 TSR과 연결 가능한 노선은 2개 축이다. 첫번째는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철원까지 연결된 남측의 경부·경원선 노선 533㎞와 북한 평강에서 청진, 두만강까지 749㎞를 연결한 1313㎞의 경부·경원선 축이다. 두번째는 부산에서 포항, 삼척, 강릉, 제진역을 통과하는 470㎞와 북한의 원산, 나진, 두만강 접경까지 781㎞를 합한 길이 1351㎞ 규모의 동해선 축이다.

이 가운데 경원선은 아직 북한과 연결되지 않았고, 동해선 남측 지역도 제진역만 북한과 연결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포항~삼척 165.8㎞ 구간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제진역에서 강릉을 지나는 철도 노선은 계획 중이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교통연구실장은 31일 “제진역에서 남쪽으로 가는 철로가 없다는 점에서 동해지역을 통한 유라시아 철도 구간은 2020~2030년쯤 현실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동해선 철도는 현재 국내 물류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 경부축의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부산항과 울산항보다 러시아에 가까운 강원도가 러시아 교역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과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는 제진역은 2006년 완공 이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북한 금강산역~남한 제진역 간 거리는 25.5㎞.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던 2007년 5월 17일 남북 간 열차 시험운행에 따라 북한 열차가 한 차례 들어온 이후 더 이상 운행을 못함으로써 역으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북한 방향 외에 남쪽으로 이어진 선로가 없을 뿐 아니라 6년여간 열차 운행이 없다 보니 선로는 붉게 녹슬었고 7만평에 달하는 제진역사는 황량해 보였다. 고성군 죽왕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황경원(43)씨는 “금강산 관광 중단 이전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면서 “철도 연결 등 남북한 간 화해 협력 분위기만 이뤄지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유라시아 철도가 실현되면 경부·경원선 축은 여객, 동해선 축은 화물 수송에 제격”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유라시아 철도망이 구축된다면 러시아 철도와 우리 철도의 이질적 시스템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선로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는 궤간만 보면 우리와 북한, 중국은 폭 1435㎜의 표준궤를 사용하는 데 반해 러시아는 1520㎜의 광궤를 사용한다. 낙후된 북한 철도의 현대화도 과제로 꼽힌다. 북한 철도의 전철화율은 80.4%로 남한(69.1%)보다 높지만 노후화되고 전력공급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곧잘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된다. 안 실장은 “남북 관계의 진전뿐 아니라 일부 구간이 시속 10~20㎞ 수준에 불과한 북한 철도의 현대화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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