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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한·러 관계 16년째 제자리… 성공 서둘지 않길”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한·러 관계 16년째 제자리… 성공 서둘지 않길”

입력 2014-02-12 00:00
업데이트 2014-02-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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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재 사업 재러동포 데니스 정

데니스 정
데니스 정
“카레이스키(고려인)의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에서 18년, 한국에서 16년을 살았습니다. 한국으로 갔던 1990년대 후반에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두고 지금과 같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지난달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만난 재러동포 데니스 정(32)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앞으로의 한·러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선 안 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큰 기대와 성급하게 성공에 대해 집착한다면 결국 제대로 된 협력을 이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도 초석을 차근차근 다져 가면서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혹한의 땅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태어난 정씨는 18살이 될 무렵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어는 단 한마디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정씨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정씨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고려인’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정씨의 아버지는 한국 핏줄이지만 러시아에 정착한 세월 탓에 가족 중 아무도 고국의 말을 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아버지의 고국을 향한 그리움으로 결국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고, 16년간 한국에 살다 보니 지금은 러시아 친구보다 한국 친구들이 더 많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16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한 정씨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동시 통역할 정도로 2개 국어가 모두 유창하다.

정씨는 한국에서 대학원까지 수료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하기도 했다. 1년 전 다시 러시아로 돌아온 정씨는 지금은 한국의 중소기업과 손잡고 단열·난방재 사업을 하고 있다. 굳이 왜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하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은 데다 좋은 아이템이 많은 게 첫 번째 이유”라면서 “핏줄에 대한 그리움의 영향도 있다”고 대답했다.

어린 시절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 큰 공헌을 하고 싶었다는 정씨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무역, 경제교류를 지속해 가는 것이 지금의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비록 조그마한 몸짓이겠지만 러시아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노보시비르스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4-02-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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