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주연 꿰찬 여배우들, 지명도·안정감으로 빛나는 활약

관록과 인지도를 갖춘 30대 여배우들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줄줄이 꿰찼다. 데뷔 10년차를 넘긴 이들은 ‘예쁜 척’을 버린 대신 공감을 얻었다. 다소 청승맞고 때론 지질해 보이는 캔디 캐릭터도 이들은 달리 표현하면서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장나라(33), tvN ‘고교 처세왕’의 이하나(32),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공효진(34)이 대표적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나라
‘고교 처세왕’ 이하나
2002년 ‘명랑소녀 성공기’로 캔디형 여주인공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장나라는 12년 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또 다른 캔디를 변주하고 있다. 동그란 안경에 자신감 없는 말투, 다른 사람의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극중 미영은 착한 것이 유일한 장점인 보통 여자다. 실수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재벌 2세 이건(장혁)의 아이를 가졌지만 결혼을 욕심내지도 않는다. 장나라는 소심하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미영의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그린다.

한편 tvN 월화 드라마 ‘고교처세왕’의 이하나는 이보다 좀 더 지질한 캔디다. 대기업의 비서 정수영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맹하고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하고 만취해 길거리에서 신문지를 덮고 잔다. 회사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다나까’ 말투(말 끝을 ‘다’나 ‘까’로 끝내는 것)로 90도 인사를 하는 씩씩한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직장인의 애환을 전달한다. 데뷔작인 드라마 ‘연애시대’를 비롯해 ‘메리대구 공방전’ 등에서 쌓은 자연스러움이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23일 첫방송되는 SBS 새 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컴백하는 ‘로코퀸’ 공효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공효진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연기로 드라마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을 모두 흥행 성공시켰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남자와의 스킨십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로 나온다. 이번에는 지적이고 섹시한 여성미로 무장했다. 공효진은 지난 15일 열린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사랑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직업적 성공과 발전을 다룬 드라마를 선택해 왔다”면서 자신의 연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은 그녀의 변신에 대해 “기존의 공효진 이미지와는 다소 달라 어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30대 여배우들이 안방극장을 주름잡게 된 이유로 연륜을 꼽는다. SBS 김영섭 드라마국장은 “20대 여배우보다 지명도가 높아 주인공으로서 주는 안정감이 있는 데다 인생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해 캐릭터의 진정성을 잘 살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효진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숲의 강은영 실장은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대중의 호불호를 잘 파악하는 것도 30대 여배우들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요즘 30대 여배우들은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20~30대 배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눈에 띄는 20대 여자 스타들이 나오지 않고 TV의 주요 시청층으로 급부상한 30~40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30대 여배우들의 약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진세연이 드라마 KBS ‘감격시대’와 SBS ‘닥터 이방인’의 겹치기 출연 논란을 빚은 것이나 MBC ‘기황후’에 출연했던 백진희가 후속작인 ‘트라이앵글’의 여주인공으로 나선 것은 20대 여배우 기근과 관계가 있다. 최근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로 알려진 KBS 새 드라마 ‘칸타빌레 로망스’도 윤아가 여주인공 노다메 역을 고사한 이후 마땅한 20대 여배우가 없어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총괄 프로듀서는 “최근 골드미스의 증가 등 변화된 사회상과 시청층의 변화를 반영해 30~40대 여성들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 30대 여배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과거 단막극 등을 통해 신인을 파격적으로 기용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20대 여배우의 출연 기회가 줄어든 것도 한 이유”라고 풀이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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