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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엔 수다도 금물…성악가는 수도승 같아요”

“공연 전엔 수다도 금물…성악가는 수도승 같아요”

입력 2014-07-24 00:00
업데이트 2014-07-2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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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 서는 메트 오페라 주역 캐슬린 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김영의연주홀. 무대에서 솟은 쾌청한 음성이 객석 끝까지 뚫고 나왔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성악가의 눈빛과 손짓에 담긴 감정은 더욱 깊어지고 목소리에는 호소력이 더해졌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스페인 지휘자 안토니 로스 마르바(마드리드 퀸소피아 음악원 교수)는 “베리 굿”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다. 오는 26일과 31일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소프라노 캐슬린 김(한국명 김지현·39)의 리허설 현장이었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성악가는 몸이 악기여서 장기 해외 공연을 가도 직접 밥을 해 먹으며 몸을 챙기고 목 관리를 하느라 사람들도 잘 안 만난다”면서 “수도승 같은 삶이지만 성악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성악가는 몸이 악기여서 장기 해외 공연을 가도 직접 밥을 해 먹으며 몸을 챙기고 목 관리를 하느라 사람들도 잘 안 만난다”면서 “수도승 같은 삶이지만 성악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세계 오페라 1번지’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의 주역 캐슬린 김이 올해 11회째를 맞은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에 처음 선다. 1984년 홍혜경, 1989년 조수미, 1990년 신영옥에 이어 2007년 메트 오페라 무대에 선 네 번째 여성 성악가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그가 직접 고른 로시니의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등으로 대관령의 밤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어릴 적 캐슬린 김은 그저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은 소녀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MBC어린이합창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치며 노래를 쉬지 않았다. 예고 1학년 때(1992년)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2000년 맨해튼 음대 석사를 마친 뒤 동양인 성악가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7년간 합창단, 단역, 대역 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말 오디션에 셀 수 없이 도전했어요. 수십 번을 떨어져도 그저 꿈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제 목표라는 게 그저 조그만 배역이라도 따내는 거였는데 그걸 향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시절이죠. 대역을 맡아도 대가들 옆에서 큰 역할을 공부하고 오페라 극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 그림을 파악하려 애썼던 그때 경험들이 밑거름이 돼 지금 활동에도 큰 도움이 돼요. 무명 기간이 없었다면 무대에 서는 기쁨과 소중함을 몰랐을 테니까요.”

2005년 시카고 리릭오페라에서 뽑은 영아티스트 10명 안에 든 그는 주말에도 오로지 연습에만 매달린 결과 2007년 쟁쟁한 동료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르바리나 역할이었다. 2012년에는 BBC 프롬스 무대에 데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중국의 닉슨’ 중 장칭 역을 완벽히 소화해 주목받았다. 특히 진정성 있는 감정이 실린 연기가 빼어나다는 평을 받는 그는 지난해 ‘한여름밤의 꿈’에서 티타니아 역을 맡는 등 메트 오페라에도 거의 매 시즌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로울 정도로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뒤따른다. “메트 오페라 가수는 전속이 아니기 때문에 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분투해야 해요. 공연을 앞두고는 연습과 운동, 목 관리로 하루가 다 가죠. 목을 아끼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놀러 나가는 것도 삼갈 정도예요. 어떻게 보면 수도승 같은 삶이죠.(웃음)”

이민 간 지 2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 음식, 한국 드라마 사랑이 여전한 그는 지난해 고국에서 처음 독창회를 한 데 이어 오는 9월 20~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야외공연 강변음악제에도 설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벨기에 오페라 무대 데뷔도 하반기에 계속 이어진다.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 관객을 치유하는 공연을 하는 성악가로 롱런하고 싶다”는 그의 소박하면서도 큰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7-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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