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체급 올려 AG 첫 금메달

“정말 행복해서 하늘을 뚫고 날아갈 것 같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맏형’ 정지현(31·울산남구청)은 눈물을 흘릴 듯이 웃었다.

30일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급 결승전. 정지현은 딜쇼드존 투르디예프(우즈베키스탄)를 테크니컬 폴로 꺾고 우승,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나이가 많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 벅차다”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2002년 부산에서 첫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정지현은 2010년 광저우대회 은메달에 이어 12년 만에 금빛 숙원을 풀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하면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따낸 10년 만의 금메달이다.

정지현은 “오랜만의 금메달이라 감회가 새롭다”면서 “아테네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금메달이 거의 없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에서 첫째 아이의 태명을 ‘아금이’(아시안게임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둘째의 태명을 ‘올금이’(올림픽 금메달)로 지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던 정지현은 가족을 향한 애정을 다시 한번 진하게 드러냈다.

그는 “아금이, 올금이에게 태명을 지어주며 한 약속을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 “집에서 애들을 보느라 고생한 아내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60㎏급 금메달을 땄던 그는 10년 만에 체급을 71㎏까지 올려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정지현은 “원래 아래 체급이다 보니 같은 체급 선수에 비해 키와 덩치에서 밀린다”면서 “힘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에 스피드와 기술, 지구력으로 승부했다”고 돌아봤다. “많은 준비를 했고, 하루하루 심장이 터져라 훈련하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정지현은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도전 여부는 모르겠다”면서 “아시안게임만 바라보고 뛰어 지친 만큼 지금은 푹 쉬고 싶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지현은 그렇게 아끼던 가족과 2주 만에 재회해 기쁨을 나눴다.

아내 정지연(32)씨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뒤 아금이와 올금이, 두 자녀를 품에 안고 기념촬영을 하며 아내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