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연출 김원석 PD

“장그래의 성장은 일을 배워 잘하게 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내 옆에 있어 주는 이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의 성장이었습니다.” 20일 종영하는 tvN 드라마 ‘미생’은 성과주의에 짓눌려 사는 현대인들의 암울한 심리를 관통하며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 냈다.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생’의 김원석 PD는 드라마의 성공 비결로 ‘외로움’이라는 코드를 꼽았다.
20일 종영하는 tvN 드라마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 “후반에 PPL이 눈에 띄게 노출된 것이 아쉽지만 (작품에) 후회는 없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br>CJ E&M 제공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드라마화하자는 아이디어를 두고 방송가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김 PD는 “직장인들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서로가 알아봐 주는 순간의 감동”을 그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을 하다 보면 나와 온도가 맞는 사람들이 보이죠. 그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같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감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최근 대중문화의 주요 코드로 떠오른 ‘힐링’과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드라마 방영 초반의 포스터 문구가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이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살 수밖에 없는 인생에 더 가깝잖아요.”

웹툰 ‘미생’은 직장인들의 삶을 담담한 필치로 풀어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웹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PD는 원작을 “페이소스가 있는 코미디”로 변주하려고 했단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짠하면서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철학적인 원작 위에 감정을 강조하는 방향을 잡았죠. 또 원작에는 없는 코믹한 에피소드를 넣었습니다. 원작을 숭고하게만 그려야 한다는 자세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재벌 3세의 ‘갑질’이 낳은 ‘땅콩 회항’ 등 ‘갑을관계’에서 기인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미생’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김 PD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드라마가 훨씬 많은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 PD는 드라마의 명대사로 “내가 가진 스펙 잘못도, 당신의 과거 잘못도 아니다”를 꼽았다.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사업에서 배제된 장그래에게 장백기가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저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구조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못 하겠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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