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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30·끝> 김희정 여가부 장관 인터뷰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30·끝> 김희정 여가부 장관 인터뷰

입력 2014-12-30 17:48
업데이트 2014-12-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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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이 곧 국가 경쟁력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 아빠의 일·가정 양립 돕겠다” 全부처 함께 출산율 증가 인센티브 설계 생애주기별 맞춤형 가족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양성평등과 가족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일한 여성 장관 겸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워킹맘으로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호통치던 입장에서 듣는 입장으로 바뀌었는데, 올해 업무를 수행한 소감은.

-편지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보냈다고 끝낼 게 아니라 어떤 효과를 국민에게 줬느냐까지 판단하고, 국민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까지 처리하는 게 행정부와 입법부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당 간사였던 제가 몰랐던 일이 여기 와보니 있을 정도로 행정부가 일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런데 왜 전달이 잘 안 될까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요리를 잘해 나가겠다.

→국민들이 마음 놓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큰 어려움 없이 기를 수 있도록 정부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인구를 줄일 당시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식이다. 현재 다둥이 카드, 다자녀 우선 입학이 있는데 자녀 기준이 다 다르다. 현재 출산율이 1.19명이니까 당분간 기준을 2명으로 하고, 일정 수준이 되면 3명으로 늘리는 등 실천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기준 인원을 넘으면 혜택을 동일하게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자녀 3~4명을 기준으로 하면 따라가기도 힘들고 유인도 잘 안 된다. 아이 돌보미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추첨, 대학 등록금, 세제 지원까지 인센티브 설계도 전 부처가 함께하면 좋겠다. 인센티브 부여와 방해 요인 제거가 같이 가야 한다. 일·가정 양립은 한쪽 성의 문제가 아니다, 아빠의 일·가정 양립도 중요하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두려움을 없애 주는 게 중요하다. 부모휴직제가 있고 아빠의 달이란 인센티브까지 만들었는데도 시장상황이 이를 못 받아들이면 더 강력한 아빠 쿼터제나 자동육아휴직제로 갈 수도 있다는 걸 기업이 알아야 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여가부는 가정 내 소통 및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예비부부부터 임신, 출산, 육아기와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맞춘 가족교육을 실시한다. 전국 151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중심으로 가족교육을 운영하고, 직접 교육에 참석하기 어려운 부부, 부모들을 위해 EBS 등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정폭력·성폭력·성희롱 의무교육 대상인 정부기관 등에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는 등 가족교육을 점차 확대해 가면서 가정이 보다 화목하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내년에 설립되면 한부모 가정에 어떤 효과를 주나.

-그동안 이혼·미혼 한부모들이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받는 일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맡겼다면, 앞으로는 사회가 나서 적극적으로 돕고 양육비 문제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힘쓸 것이다. 양육비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 내년 3월 말 설립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지원 신청을 하면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상담에서부터 양육하지 않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소재·직장 파악, 소득·재산조사와 함께 양육비 청구 소송 등 법률 지원, 채권추심, 사후 이행상황 모니터링 등 양육비 이행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게 된다. 연간 2만여 한부모 가정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성격차지수(GGI)는 64.03점으로 142개국 중 117위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 각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높이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여가부는 지난 6월 양성평등을 이뤄내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민간기업, 공공기관 100개와 17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여성 고용, 일·가정 양립, 여성 대표성 등 전 분야에 걸쳐 양성평등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앞으로 실천 사례집을 발간하고 인포그래픽과 동영상도 제작, 배포한다. 민간과 정부의 공동 노력으로 양성평등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력단절 여성이 보다 질 좋은 일자리로 진입해 지속적으로 일하도록 지원하는 대책이 있나.

-전국 140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리스타트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직업상담부터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취업알선, 취업 후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일센터가 그동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수적 확대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보다 질 좋은 일자리로의 연계와 경력유지 지원을 위한 질적 개선에 매진해 맞춤형 교육과 취업 연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여성을 채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인식개선 강의, 기업체 환경개선 등을 지원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

→결혼이주 여성, 이주배경 청소년 등 다문화 가족들의 국내 생활이 힘겹고 편견도 많은데 개선책은.

-저출산·세계화 시대를 맞아 다문화 가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다문화가족은 현재 약 80만명이고, 2020년에는 100만명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해 다문화 가족을 우리 사회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1단계 정책은 결혼이주 당사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지원이다. 2단계는 결혼이주 여성들을 맞이하는 가족들에 대한 것이고, 3단계는 이 가정에서 태어나는 자녀들을 위한 교육이다. 우리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이제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 다문화 국가라는 인식 전환을 이끄는 것이 4단계다. 이 같은 대상별·단계별 교육과 인식개선 노력이 모두 함께 가야 진정한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위축된 청소년 활동을 안전하게 활성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내년 4월부터는 청소년 활동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청소년 활동안전센터를 운영해 가스·전기·토목 등 시설안전과 프로그램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청소년 활동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청소년 활동정보서비스(www.youth.go.kr) 제공, 지역 단위의 동아리 활동 확대 등 청소년이 주도하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수련시설을 자유학기제 지원센터로 활용하고 청소년수련시설 내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 학교 밖 청소년법이 시행되고 관련 부서가 신설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현재 우리 사회 학교 밖 청소년은 28만명 규모이고 해마다 약 6만명이 새롭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다. 내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시범사업 수준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져 온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전국 200곳 규모로 확대된다. 또한 여가부 내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가칭)가 신설돼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업무도 크게 강화된다. 새로운 제도하에서 학교장에게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 서비스에 연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이 교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손을 잡고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이 가능해진다. 또한 실태조사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현황과 욕구 등을 면밀히 분석해 ‘두드림·해밀’ 이외에도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해 나갈 것이다. 학업을 지속하든 취업교육을 받든 다양한 욕구와 재능을 개발하도록 돕고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이끌겠다.

→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 등 젠더폭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나.

-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여가부는 특히 가정폭력·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과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방교육과 더불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폭력에 대한 편견 깨기와 2차 피해 방지다. 매월 8일을 ‘보라데이’로 지정해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성희롱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추진한다는데 전략이 있나.

-여가부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10주년인 올해를 성매매 근절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최근 법무부, 검·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집결지 폐쇄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선언하고 관계부처 간 협력방안을 마련했다. 성매매여성의 탈(脫)성매매를 지원하는 동시에 성매매업소의 자진 폐쇄를 유도할 것이다. 이에 협조하지 않는 업소에 대해서는 건축·위생·소방 등 관련 법령을 모두 적용해 허가 취소, 강제폐쇄라는 강력한 제재를 취할 방침이다.

→새해 중점적으로 펼칠 시책은 무엇인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 양육비 이행 지원 외에 작은 혼례 만들기 대국민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4대종단 어른들을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국민인식 개선을 통해 결혼도 늘리면서 경력단절 여성의 혼인산업 진출을 통해 일자리도 개선할 생각이다.

→결혼과 출산, 경력단절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위기의 터널인 것 같다. 터널에는 끝이 있다. 고양새일센터에 갔을 때 꽃 대신 과일과 야채로 장식하는 것을 배운 분이 있었다. 첫 달에 5만원을 벌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500만원을 번다. 좌절하지 않고 견딘 사람은 수입이 늘어났다. 현재는 애들을 방치하면서 돌보미에 쓰는 돈을 생각하면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이 순간만 그런 것이다. 여가부는 아이돌보미와 공동육아나눔터 등 어려운 순간을 함께 견뎌 내도록 메꿔 주는 역할을 한다. 여가부는 건전한 가족 문화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문화, 사회 전반의 가족중심 가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책을 설계하는 부처다. 남녀 간 다툼을 일으키거나 한쪽의 권익을 중시하는 부처가 아니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happyhome@seoul.co.kr
2014-12-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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