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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8) 스마트카② 자동차 업계의 응전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8) 스마트카② 자동차 업계의 응전

손성진 기자
입력 2015-12-14 13:36
업데이트 2015-12-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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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김지연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우리 시대의 에디슨’(The Edison of Our Age)이라고 칭송한 천재 과학자가 있었다.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수소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을 발명하고 400개가 넘는 특허를 만들어낸 스탠퍼드 오브신스키(Stanford Ovshinsky, 1922~2012)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 교육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이루어낸 그의 업적에 대한 찬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타임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대체 에너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에게 ‘지구의 영웅’(Hero for the Planet)이란 호칭을 붙여주었다. 미시건 대학을 비롯한 7개 대학은 고졸 발명가인 오브신스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였고, 미국 물리학회는 최고의 영예인 펠로우(fellow)로 추대하였다.

당시 대기오염으로 골머리를 앓던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배기가스 제로법’을 만들어 자동차 회사에 일정량의 무공해 자동차를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이에 GM자동차는 오브신스키의 배터리를 탑재하여 1996년 최초로 상용 전기자동차인 EV1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다. EV1은 한번 충전으로 160km를 주행하고 최고 속도는 130km/h로 지금의 전기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1999년까지 1100여 대를 만들어 리스 형태로 판매하였는데 GM도 놀랄 만큼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Who Killed the Electric Car?(출처: 영화 포스터)
Who Killed the Electric Car?(출처: 영화 포스터) Who Killed the Electric Car?(출처: 영화 포스터)
그런데 예약자가 줄을 잇고 EV1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전기자동차의 등장에 위협을 느낀 자동차 회사와 석유 회사는 끈질기게 정부에 로비를 했고, ‘배기가스 제로법’은 2003년 폐기되었다. 기회를 노리던 GM은 오브신스키의 회사를 인수하여 석유 회사에 팔아넘겼다. EV1에 관련된 직원들은 해고하고 공장도 폐쇄하였다. 판매했던 자동차는 모두 회수하여 흔적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 묻어버렸다. 전기자동차의 역사가 거꾸로 흘러가는 순간이었다.

2006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는 EV1을 둘러싼 자동차 회사와 석유 회사의 음모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크리스 페인 감독은 해고된 직원들, 오브신스키, EV1 고객인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와 멜 깁슨의 증언을 토대로 의혹을 파헤쳐 나간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없애버린 자동차 회사와 석유회사 그리고 법률 폐지에 앞장선 연방정부를 모두 유죄로 판정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변신

그 뒤 GM은 2004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다 2009년 6월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쇠락의 길을 걷는다. 495억 달러(약 58조 원)에 이르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5년 만에 회생하였다. 시장에서는 배터리를 장착한 닛산의 리프(LEAF)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가 떠오르고 있었다. GM도 2013년 ‘스파크EV’를 내놓으며 다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파크EV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28km이고 최고 속도는 145km로 10년 전에 묻어버린 EV1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는 2017년 시판을 목표로 하는 주행거리 320km의 전기차 볼트(BOLT)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 차에는 LG에서 만든 구동모터와 충전기 등 11가지 핵심부품이 들어간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2012년부터는 자율주행 기술인 ‘슈퍼 크루즈’도 준비해왔다. 내년에 출시되는 캐딜락 모델에 탑재해 차선이탈 경보나 충돌방지와 같이 운전을 보조하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출처 www.wired.co.uk)
자율주행 자동차(출처 www.wired.co.uk) 자율주행 자동차(출처 www.wired.co.uk)
포드(Ford)자동차는 45억 달러(약 5조 3000억)를 투자해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비중을 현재의 13%에서 40%로 올릴 계획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로 불리는 이 계획에는 카 쉐어링과 같은 주문형 운전, 자동차의 빅데이터 분석, 공유 전기차를 위한 충전 서비스 등 25개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무인 자동차가 늘어나고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투자기관인 바클레이는 ‘파괴적 이동성’(Disruptive Mobility)이라는 보고서에서 무인자동차의 보급으로 앞으로 25년 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40%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드는 이런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이동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컴퍼니(Mobility Company)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스마트로 무장한 독일의 명차

스마트카에 대한 유럽의 대응은 더 적극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 산하에는 ‘프라이트라이너’라는 트럭 회사가 있다. 2015년에는 이곳에서 만든 대형 트럭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이 최초로 상용차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화제가 되었다. 이 차에는 250m까지 내다보는 레이더와 물체를 식별하는 입체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다임러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하이웨이 파일럿’(Highway Pilot)은 센서 신호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운전하며 도로를 달린다. 벤츠는 가전 전시회 CES에서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을 발표하며 스마트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자율주행은 기본이고 무공해 수소연료 배터리를 사용하며 최고 200km/h의 속도를 낸다. 인터넷과 GPS로 연결되어 앱으로 부르면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문을 열어준다. 손짓만으로 오디오의 볼륨을 조절하고 차 안의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스마트카의 조건인 지능(Intelligence), 친환경(Environment), 연결성(Connectivity)을 모두 갖추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moving living space)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스퍼레이션 트럭/콘셉트카 F015(출처 Daimler)
인스퍼레이션 트럭/콘셉트카 F015(출처 Daimler) 인스퍼레이션 트럭/콘셉트카 F015(출처 Daimler)
시장조사 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세계 18개 주요 자동차 업체의 자율주행 경쟁력을 기술, 전략 등 12개 항목으로 비교하였다. 그 결과 다임러가 1위, 아우디가 2위, BMW가 3위를 차지하여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독일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아우디의 자체 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드라이빙(Pilot Driving)’은 다양한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자율주행으로 최고 속도 210km를 돌파하였고, 다음해에는 해발 4300m의 로키산맥의 산길에서 20km를 완주하기도 했다. 올해는 CES가 열리는 동안 아우디 A7이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900km를 자율주행으로 달려와 화제를 모았다.

BMW는 2015년 CES에서 스마트워치로 무인 자동차를 부르고 빈자리를 찾아 자동으로 주차하는 시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미 2007년부터 무인 자동차 연구를 시작하여 2012년에는 아우토반에서 고속도로 주행에 성공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전기차인 ‘i3’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여 시험운행을 하고 있지만, 시판 중인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은 신중한 입장이다. BMW는 향후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내놓겠다며 작년에만 5조 원의 개발비를 투자하는 등 우선은 전기자동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독일 정부는 전기자동차와 무인자동차 산업을 국가적인 어젠다로 육성하고 있다. 이미 관련 법 제정을 시작하고 베를린과 뮌헨을 잇는 A9 아우토반 구간에서 무인자동차 운행을 허가하는 등 발 빠른 지원에 나섰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저력

일본 정부와 자동차 업계도 반격을 시작하였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18%,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일본 경제의 축이다. 정부도 ‘차세대 자동차 전략’, ‘환경 대응차 보급전략’ 등 정책을 추진하며 기업을 독려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자동 주행에 의한 이동 서비스와 고속도로에서 자동 운전이 가능토록 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이에 맞춰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업체는 자율주행, 센서, 소프트웨어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택시인 ‘로봇 택시’를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일본은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최강자이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 올해 일본은 전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1, 2 , 3위를 모두 차지하며 점유율 71%를 기록했다(1월~7월). 미국의 GM자동차와 테슬라도 파나소닉 배터리를 사용하여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작년에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판매한 배터리만도 1억 2000만개가 넘는다. 배터리의 용량과 함께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것이 충전소 보급이다. 일본은 2015년 5월 급속 충전기 보급 대수가 5400개를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정부와 함께 자동차 업체도 ‘일본 충전 서비스(NCS)’를 설립하여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스마트폰에서는 늦었지만 스마트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자동차 왕국 일본의 대응도 강력하다.

일본 급속 충전소(출처 Chademo, 한국 현황 미확인
일본 급속 충전소(출처 Chademo, 한국 현황 미확인 일본 급속 충전소(출처 Chademo, 한국 현황 미확인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면서 IT 기업들은 스마트카로 눈길을 돌렸다. 슈타트러 아우디 회장의 말처럼 130년 자동차 산업 역사상 유례가 없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의 성장은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의 대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카의 성장은 IT 기업의 도전에 자동차 업계가 성공적으로 응전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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