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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블랙리스트’ 피의자로 소환된 조윤선·김기춘

[사설] ‘블랙리스트’ 피의자로 소환된 조윤선·김기춘

입력 2017-01-17 21:04
업데이트 2017-01-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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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책임이 있는 윗선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으니 지켜보는 국민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화려한 공직 경력을 이어 왔다지만 특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조 장관은 초췌하기만 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김 전 실장 역시 “김기춘을 구속하라”고 외치는 시위대와 맞닥뜨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의 책임을 따지다 보면 더 윗선이 개입한 흔적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럴수록 법률 지식을 총동원한 책임 회피로 일관해 ‘법(法)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은 김 전 실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명운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 양극화가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블랙리스트가, 그것도 자유로운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화예술 분야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어떤 정부보다 창조 정신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정신적 자폭행위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특검이 조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게 작성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놀랍다. 그럼에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의 당사자들은 제 한 몸 빠져나가기에 급급한 모양새니 국민은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그렇게 소신껏 일했다면 “나라를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나. 조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으면 장관 자리에서는 벌써 물러났어야 했다. 그는 특검에 출석하며 “진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운용한 부처의 책임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장관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특검 조사는 단순히 두 사람의 구속과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옥죄고, 뒷걸음치게 만든 블랙리스트의 진상을 낱낱이 국민 앞에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이미 특검은 이 사건으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물론 조 장관도 법률 지식으로 중무장한 변호사 출신이다. 특검은 두 사람이 노련한 법테크(法Tech)로 죄가 있음에도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라. 김 전 실장의 혐의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면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아닌가.
2017-01-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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