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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軍동원하고 싶지 않았다”…회고록서 ‘직선제 비화’ 증언

전두환 “軍동원하고 싶지 않았다”…회고록서 ‘직선제 비화’ 증언

입력 2017-03-30 13:04
업데이트 2017-03-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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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보다 잘생기고 말도 잘해 이길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한 이유에 대해 재임 중 군(軍)을 동원하는 일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데다 직선제를 하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실은 30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전두환 회고록』 2권 ‘청와대 시절’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6월 민주항쟁은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과 4·13 호헌조치, 연세대생 이한열 군 사망 사건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전국 38개 시·군에서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시위에 참여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요구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직선제 개헌에 반발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선제를 받아들여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며 설득했다고 썼다.

전 전 대통령은 첫 번째 이유로 “소요를 물리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데 5공화국 출범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비상조치를 취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임기 중 군대를 동원하는 일을 끝까지 피하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비상조치를 취하게 되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도 장애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두 번째 이유로 “직선제 개헌이 안 되면 선거를 거부하겠다는 야당의 위협이 현실화돼서 실제로 선거를 보이콧하게 되면 단일후보가 되고,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된들 불안한 집권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야당이 의표를 찌르듯 현행 간선제를 기습적으로 수용하면서 선전전에 역이용하면 여론이 악화해서 여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네 번째로는 설혹 현행 헌법으로 선거에 승리한다고 해도 곧바로 다시 개헌 요구가 불거질 것이고 그 결과로 개헌 정국이 지속하거나 새로운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면 국가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 전 대통령은 기술했다.

마지막으로 직선제로 해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전 전 대통령은 회고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71년 대통령 선거를 예로 들어 직선제 선거에서도 여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당시 민정당 대표이자 여당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박 대통령은 3선 개헌을 강행한 뒤여서 인기가 없었던 반면, 김대중 후보는 돌풍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직선제 선거에서 박 대통령이 100만표 이상 차이로 당선됐다. 노 대표는 박 대통령보다 얼굴도 잘생기고 말도 잘하고 정치에 때가 묻지 않아 신선하고 인상도 좋다”며 노 전 대통령의 결심을 촉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설득하는 한편, 개헌 촉구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양동작전에 돌입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19일 오전 10시30분 군 관계자들을 소집해 병력 출동을 지시했다. D-데이는 6월20일 오전 4시였다.

그는 “내 임기 중에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그것이 외부의 공격이 아닌 한 결코 군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국내 소요사태에 군을 동원하는 순간 5공화국의 명예는 그것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날의 출동명령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양동전술이었다. 올림픽 때문에 내가 군대를 동원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세력에게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망설이는 노 대표에게 파국에 이르기 전에 직선제를 조속히 수용하도록 결단하라고 촉구하는 뜻이었다. 일석이조를 노린 양면 동시공격이었다”고 고백했다.

전 전 대통령은 결국 6월 19일 오후 4시 병력 출동을 유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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