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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워홀전·피카소전 줄줄이 무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기획력 논란

앤디워홀전·피카소전 줄줄이 무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기획력 논란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3-30 18:20
업데이트 2017-03-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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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주년 기획 ‘마리프로젝트’ 재정상태·현실 파악 못한채 계획

올해 주요전시 취소 되거나 연기
계약 종료 대한항공프로젝트도
후원기업 찾지 못해 결국 폐지

국립현대미술관의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뭔가 보여주겠다고 발표했던 올해 전시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졸속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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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 연합뉴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
연합뉴스
마리 관장은 부임 1년을 맞은 지난 연말 가진 간담회에서 2017년 전시라인업을 발표했다. 부임한 뒤 처음으로 주도했다며 ‘마리 프로젝트’라고 발표한 전시계획에 ‘앤디워홀전’과 ‘피카소전’이 포함돼 관심을 끌었다. ‘앤디워홀전’은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이 1978년 제작한 기념비적인 규모의 실크스크린 작품 ‘그림자들’ 연작을 공개하는 전시로 자체 기획해 2월부터 6월까지 열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전시는 상하이 유즈미술관 기획전을 해외 순회전으로 돌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유치하는 수준이었다. 개최 예정 한 달을 앞두고도 구체적인 협의가 안 된 상태였다. 결국 2월 전시는 무산됐고 이 작품은 지난 1월 중순 상하이 유즈미술관 전시를 끝내고 소장처인 미국 디아센터로 돌아갔다.

2018년 열 계획이던 ‘피카소전’도 취소됐다.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근현대미술 거장의 전시를 자체 기획하려면 500만~600만 달러 이상이 들지만 가용자원이 8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관장이 가장 중요한 재정상태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계획을 세운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4월 초 열 계획이던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은 4월 말로 미뤄졌다. 이유인즉 이집트 국보급 작품의 해외 반출이 순탄치 않아서라고 하는데 국립기관에서 이 정도 예측도 못하고 기획을 했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게 미술계의 반응이다. ‘대한항공박스프로젝트’는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계약이 종료됐으나 뒤를 이을 후원 기업을 찾지 못해 결국 폐지됐다. 2013년 서울관 개관과 함께 한진해운박스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의 도전과 모험을 펼치는 국내외 작가 1인(팀)을 선정해 서울관 서울박스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대형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첫해 서도호의 ‘집 속의 집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을 시작으로 2014년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대척점의 항구’, 2015년 율리어스 포프의 ‘비트.폴 펄스’를 차례로 선보였다. 2016년 작가로 중국의 양지앙그룹이 선정돼 설치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전이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10개월간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4회째를 끝으로 대한항공 박스프로젝트는 마무리되고 앞으로는 자체 기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술계 관계자는 “어려울수록 기댈 수 있는 게 국립기관인데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올해 열 계획이라고 발표한 전시들이 줄줄이 졸속 기획으로 드러나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3-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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