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서 혼밥·혼술 등 일상 보여줘
“순수하게 그냥 집을 나가고 싶어서 집사람한테 나간다는 말을 하고 훌쩍 나왔어요. 처음에는 졸혼이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혹시 여성팬들에게 미움을 사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주변에 졸혼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백일섭은 졸혼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오늘로 졸혼 이야기는 그만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졸혼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는 백년해로를 포기하고 (집을) 나왔지만 부부가 백년해로를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좋든 나쁘든 부부간에 대화를 많이 해야 오래 같이 살 수 있는데 우리 부부는 애초부터 대화가 너무 없어서 결국 혼자 살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워낙 바쁘고 술 한잔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또 아침 일찍 (촬영하러) 나가야 했거든. 지금은 그 부분을 가장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졸혼 선언 이후 혼자 생활하면서 오히려 사랑과 인생을 배웠다며 졸혼이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집을 나와서 생활해 보니까 그동안 내가 너무 사랑이라는 것을 몰랐고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강아지 제니를 입양해 함께 생활한 지 두 달 됐는데 제니가 내 행동반경을 먼저 읽는 것을 보면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것 같아요. 같이 살 때보다 아들, 며느리와 대화도 많아지는 등 사이가 좋아졌고 ‘살림남2’에 함께 출연 중인 정원관, 일라이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을 다시 배워 가고 있습니다.”
‘살림남2’에서 백일섭은 식사와 빨래 등 집안일을 혼자 해결하고 혼밥, 혼술하는 모습 등이 가감 없이 방송된다. 혼자 하는 살림 중 가장 어려운 일로 설거지를 꼽은 백일섭은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다 보면 설거지를 내일로 미루게 되는데 그다음 날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나마 며느리가 도와줘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섭은 졸혼 이후에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본업인 연기를 꼽았다.
“2년간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수술도 하고 인생 처음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6월이 지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그러면 다시 드라마를 시작해야죠. 나는 배우니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