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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장미 대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장미 대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입력 2017-04-14 22:26
업데이트 2017-04-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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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세간에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돈다. 탄핵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해 후보들의 핵심 공약과 됨됨이를 평가할 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후보 진영은 남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른바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공약을 통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표심을 얻기에도 모자란 판에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전략은 그렇잖아도 혼돈스러운 정국과 한 달도 안 남은 대선판을 요동치게 한다.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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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기대했다. 탄핵이 되면 적폐가 청산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네거티브 전략만을 앞세운 사람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라면 적폐 청산도, 새로운 세상도 요원해 보인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제기되는 ‘선거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미국 솔즈베리대학교 정치학과 남덕현 교수의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창비)는 대선 때만 되면 대통령이 아니라 ‘메시아’를 뽑는 듯한 한국의 정치 행태를 거침없이 비판한 책이다. 비판의 핵심은 선거만능주의다. 선거는 민의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남덕현은 오히려 선거제도가 민의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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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해 보자.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전철역 앞에서 인사하며 ‘종’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 선거운동 때뿐이다.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워도 국민은 그들의 싸움에 개입할 수 없는 졸(卒) 신세다. 국민을 존경한다며 한 표를 호소했던 대통령 후보들도 구중궁궐 청와대 입성과 동시에 국민을 잊어버린다. 5년 동안 무슨 일을 벌인다고 해도 욕만 내지를 뿐 막아설 방도가 없다. 청와대 정문까지 걸어갈 수도 없는 게 우리네 현실 아니던가. 다음 선거까지 견제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법이 국민에게는 없는 게 선거, 즉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가장 큰 한계다. 그 기간 동안 국민은 “나는 투표했다”는 자위만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4·19혁명, 6월항쟁, 촛불 등과 같이 시민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수평적 소통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시민의 직접 참여만이 정치를 생활 세계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일을 ‘선택’하며 이미 정치의 생리를 터득하고 있다. 4년에 한 번 혹은 5년에 한 번 행사하는 “한 표의 힘”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한사코 시민사회의 힘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마도 시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저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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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 출판평론가
장동석 출판평론가
장미 대선이 끝나면 정치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얼마 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목도했다. 더불어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되는지도 보았다. 이번 대선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걷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어렵게 되찾아 온 민주주의를 다시는 잊어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2017-04-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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