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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가 미용 시술입니까”

“탈모 치료가 미용 시술입니까”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4-26 18:02
업데이트 2017-04-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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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1만여명 탈모로 병원행 “탈모는 질병… 일상생활 지장”

비싼 치료제 건보 적용 못받아 전립선 비대증약 편법 사용도…복지부 “건보 포함 중장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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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질병입니다. 미용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안 겪어 본 사람은 몰라요. 탈모약을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좀 싸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전적 탈모 환자·취업준비생 한모(28)씨

직장 생활,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탈모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21만 2916명이 탈모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현재 탈모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엔 탈모가 비급여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탈모는 주근깨, 여드름 등과 함께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질환으로 묶여 있다.

탈모 환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20대 중반부터 탈모약을 복용해 온 직장인 전모(35)씨는 “탈모 때문에 사람을 만나도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업무와 일상생활에 명백한 지장을 준다”며 “약효를 보려면 매일 약을 먹어야 해서 약값을 무시할 수 없다.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탈모 치료제로 승인한 약은 먹는 약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뿐이다. 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프로페시아는 1개월 분량에 약 7만원이다. 제네릭(복제약)도 5만원 선이다.

약값이 부담스러운 탈모 환자들은 고령의 친지에게 부탁하거나 의사와 짜고 프로페시아와 성분이 같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한다. 프로스카에는 탈모를 방지하는 성분이 프로페시아의 5배가 들어 있기 때문에 면도칼 등으로 알약을 쪼개 먹는다. 프로스카의 1개월분 가격은 프로페시아와 비슷하지만 5조각으로 나눠 먹기 때문에 가격이 5분의1인 셈이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20대 젊은 탈모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약이 너무 고가여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젊은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탈모 환자가 급증하고, 이들이 실제 사회생활에서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좀더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공적 재원을 투입하는 일이니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은 없다”며 “탈모 치료제에 대한 지원을 해 달라는 민원이 많이 접수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4-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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