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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말을 건다… 주인님, 이런 음악 어떠신가요

냉장고가 말을 건다… 주인님, 이런 음악 어떠신가요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7-04-27 17:26
업데이트 2017-04-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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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핵심 콘텐츠로 급부상한 ‘음원 플랫폼’

월요일 아침, 직장인 A씨는 자동차 운전석에 피곤한 몸을 싣는다. “출근길에 들을 만한 음악 틀어줘.” 자동차도 ‘월요병’을 아는 듯 인기곡 차트에서 상쾌한 어쿠스틱 음악을 골라 들려주며 A씨의 기분 전환을 유도한다.

B씨는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마다 냉장고가 들려주는 음악을 듣는다. 1990년대 댄스 음악, 최신 드라마 OST 등 듣고 싶은 음악을 그때그때 냉장고에 ‘주문’한다. 저녁에 주방에서 차 한 잔 마실 때는 냉장고가 “자주 들으시는 발라드 음악을 들려드릴까요”라고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멜론의 음원을 연동한 ‘카카오톡 프로필뮤직’.
카카오톡 프로필에 멜론의 음원을 연동한 ‘카카오톡 프로필뮤직’.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카 등이 일상 속에 자리잡은 어느 날의 음악 감상 풍경이다. 음원 플랫폼은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TV와 냉장고, 자동차 등으로 확산돼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고 AI와 빅데이터가 이용자의 기분과 상황 등을 파악해 ‘취향 저격’ 음악들을 골라 들려줄 정도로 진화한다. 음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콘텐츠로 주목받으면서 음원 플랫폼들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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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원플랫폼 시장은 유료 가입자 기준으로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50%), 지니(지니뮤직·20%), 벅스(NHN벅스·15%), 엠넷(CJ디지털뮤직·10%) 순의 구조가 유지돼 오고 있다. 음원업계는 시장의 판을 흔들기 위해 2010년대 들어 기술 투자에 나섰다.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에서의 저가 경쟁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의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음원시장 부동의 1위인 멜론은 10년간 쌓아 온 빅데이터에 기반해 2014년 세계 최초로 개인별 맞춤 큐레이션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니뮤직은 2013년 국내 최초로 3차원(3D) 입체음향 서비스를, 2014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 무손실음원(FLAC)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2015년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집 안의 여러 음향기기를 제어해 동시에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IoT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벅스는 2013년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구글 크롬캐스트,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와 애플 카플레이 등에 음원 서비스를 연동해 기기 확장에 주력했다.

ICT 업계도 음악 콘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통신 서비스와 모바일 메신저 등 자사의 서비스에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인 데다 ICT 생태계에 빠질 수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카카오가 2조원을 쏟아부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자체 음원 플랫폼이 없는 LG유플러스는 지니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인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의 2대 주주가 되는 ‘오월동주’를 단행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벅스는 지난달 ‘NHN벅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간편결제와 빅데이터 등 NHN엔터테인먼트의 기술력과 벅스의 콘텐츠 간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음원업계와 ICT, 자동차업계가 손을 잡으면서 음원 플랫폼은 AI 비서와 홈IoT, 커넥티드카 등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의 음성인식 AI 비서 ‘누구’와 ‘기가지니’에는 각각 멜론과 지니가 연동돼 있어 이용자는 AI 비서와 대화하며 음악을 고르고 재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IoT 냉장고 ‘셰프컬렉션 패밀리허브’에는 멜론과 벅스 앱이 기본 탑재돼 주방에서 요리를 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지난 3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네이버와 재규어랜드로버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각각 네이버뮤직과 지니가 탑재됐다.

AI 스피커와 앱 등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가 보유한 네이버뮤직과 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NHN벅스 관계자는 “생활과 밀접한 콘텐츠인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음원 서비스 업체의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음악이 AI와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플랫폼 환경에 대응하는 음악 컨버전스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7-04-2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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