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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엄포→위기조성→협상 실리’…전형적 ‘거래의 기술’

트럼프 ‘엄포→위기조성→협상 실리’…전형적 ‘거래의 기술’

입력 2017-04-29 00:45
업데이트 2017-04-2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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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前 저서 ‘거래의 기술’서 드러낸 협상수칙, 사드·한미FTA에도 적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목전에 둔 동맹국 한국을 마구 흔들어놓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간 최종 합의가 끝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돌연 내놓더니, 더 나아가 국가 간 협약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아예 폐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두 사안은 현재 양국 간 최대 현안이면서 한국의 대선에서도 핫 이슈이고, ‘혈맹’으로 불리는 두 나라 간의 약속인 만큼 쉽게 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은 평생을 ‘비즈니스맨’으로 살아온 그만의 독특한 사업 전략을 국가 경영과 대외 현안 해결에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독특한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87년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을 출간할 때부터 이미 굳혀진 듯 하다.

당시 청년 재벌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만의 사업 수칙으로 제시했던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행동하라’ 등은 일반인으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근거다.

지난 대선 유세 기간부터 취임 100일을 맞은 최근까지 이런 사업 수칙은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상대방과 갈등 상황에 부닥치면 먼저 협상의 지렛대로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엄포를 놓음으로써 위기를 조성한 뒤에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과의 거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도 중국을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최대의 원흉으로 지목했고,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양대 강국 간 최대의 무역 전쟁이 우려됐지만, 결과는 현재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홈그라운드’로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한 이후 환율 조작국 지정을 유보하는 등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큰 대외 위협으로 지목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환율이나 무역 불균형 문제는 협상의 지렛대일 뿐이었고, 실제 얻으려던 과실은 대북 제재에 가장 효과가 큰 중국의 협조였다.

중국은 즉시 북한 석탄 수입을 금지하고 대북 제재 이행에 일단 겉으로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내놓은 데 이어 정상회담 기간에 시리아를 토마호크 미사일로 폭격함으로써 긴장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려놓는 고도의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 등이 미국의 농업과 일자리를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탈퇴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점 역시 그만의 ‘거래의 기술’로 해석되면서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환태평양무역협정(TPP)을 전격 탈퇴하긴 했지만, 이 역시 중요성이 떨어지는 다자 협정 하나를 버리는 대신 나프타와 한미 FTA를 유리한 조건으로 개정하기 위한 ‘희생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외교 및 무역 상대국과의 사전 조율도 없이 한미 FTA와 나프타의 폐지를 돌연 거론하고 나선 것은 도박이나 사업 거래에서 흔히 말하는 ‘블러핑(허세 섞인 엄포·bluffing)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무용지물‘로 부르며 먼저 압박한 뒤에 나토 28개 회원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고는 “더는 무용지물이 아니다”라고 한 대목도 비슷한 패턴이다.

이 패턴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 대한 사드 비용 부담 요구 역시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엔에 대해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고 노는 동호회”라고 격하하며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유엔 분담금도 줄이겠다고 협박한 점 역시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와 압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경고‘로 보인다.

수입품에는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은 면세하는 ’국경세‘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하며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사실상 강요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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