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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순간에도 제자들 탈출 도와” 단원고 고창석 교사

“침몰 순간에도 제자들 탈출 도와” 단원고 고창석 교사

입력 2017-05-17 15:18
업데이트 2017-05-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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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 9인 중 한 명…세월호 침몰 1천127일 만에 유해 발견

“왜 이제야 오셨어요.”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한 명인 단원고 고창석 체육 교사의 유해가 3년 만에 확인됐다. 정확히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천127일 만이다.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 9명 중 한명인 단원고 고창석 교사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부 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17일 밝혔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 9명 중 한명인 단원고 고창석 교사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부 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17일 밝혔다. 연합뉴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지난 5일 오전 11시 36분께 침몰 해역에서 수습한 뼛조각 1점이 단원고 고창석 교사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유골이 발견됐던 곳은 유실 방지를 위해 쳐놓은 펜스 구역 내로, 침몰한 세월호 선미 객실과 맞닿아 특별 수색이 이뤄진 곳이다.

고 교사의 유해가 확인되자 3년 만에 남편을 되찾은 유족은 “한 조각의 뼈로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 교사의 아내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쁜지, 슬픈지, 도대체 어떤 감정인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며 “아직 남편도 모두 수습하지 못했고,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고 교사는 2014년 3월 단원고 체육 교사로 발령받은 지 한 달여 만에 변을 당했다.

운동신경이 남달랐던 고 교사는 대학생 때 인명구조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다.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면 항상 몸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후 조문 온 한 제자는 가족에게 “선생님께서 2005년 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학생휴게실에 불이 나자 소화기를 들고 가장 먼저 뛰어와 진화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고 교사는 비행을 저지른 학생에 대해 꾸중을 하거나 매를 들지 않았다.

되레 이런 제자들을 집이나 식당으로 불러 저녁 먹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바른 길로 인도하는 친형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세월호 유족이자 고 교사의 제자였던 오천이 형 권오현(30)씨는 “학교에서 젊은 편에 속했던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친형 같은 스승이었다”며 “술·담배 등 나쁜 짓을 하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따뜻한 저녁을 대접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끝까지 들어주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고 교사는 세월호 참사의 순간에도 자신보다 제자들이 먼저였다.

학생들을 인솔하던 고창석 양승진(미수습자) 교사들의 숙소는 비교적 탈출이 쉬운 5층 로비 옆이었지만, 4층 객실 곳곳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던 모습이 목격됐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에도 학생들의 탈출을 돕느라 본인은 정작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팽목항에서 바다를 향해 절하면서 그렇게 선생님을 불렀는데, 왜 이제야 오셨느냐”며 “긴박한 상황에도 본인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제자들 곁을 지킨 선생님께 유족이자 제자로서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침통해 했다.

남편, 최고 교사는 가정에도 충실한 자상한 고의 아버지였다. 특히 그는 ‘아내 바보’였던 것으로 유명했다.

사고 당시 아내는 단원고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옆 학교 단원중 교사였다.

그는 아내가 행여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면, 담장 너머로 간식거리를 챙겨줬고,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미리 꽃을 준비하는 세심한 남편이었다.

고 교사는 두 아들에게도 지극 정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퇴근 후 피곤할 법도 하지만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일을 잊지 않았고, 틈틈이 캠핑 여행도 다녔다.

그의 아내는 “그는 언제나 자상한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겐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지난 스승의 날은 유족들에게 너무 가슴 아픈 날이었다”고 남편을 추억했다.

세월호 참사 후 아내는 사고 당일 아침 남편이 보낸 “애들을 돌보느라 고생했다.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추억을 바다에 묻고 3년 넘게 버텨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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