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안갯속

입력 : 2017-05-19 18:22 ㅣ 수정 : 2017-05-19 18:48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日관민펀드 우세 속 美업체 교란 변수…SK·베인캐피털 컨소시엄도 다크호스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종 인수자는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미국 통신용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 미 사모펀드 베인캐피털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교란 작전’도 변수다. WD는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 중지 중재를 요구했지만 사실은 일본 관민펀드 합류를 위한 ‘협상 카드’였다는 분석도 있다.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19일 SK하이닉스도 도전장을 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부문 본입찰에 참가했다”면서 “단독 인수가 아닌 컨소시엄 형태로 소수 지분을 갖는 방식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인수 후보자는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른 베인캐피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 베인캐피털이 도시바 측 경영진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베인캐피털이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51%를 갖고, 나머지는 도시바 경영진이 보유하는 경영자인수(MBO) 형태로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지분 취득을 위해 세우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자금을 대는 식으로 참가한다. 사모펀드를 전면에 내세워 독점금지법 심사를 피하면서 적은 지분 투자로 도시바 인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다만 베인캐피털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투자펀드 KKR과 함께 ‘미·일 연합군’을 형성하는 일본 관민펀드가 입찰에 참가하는 순간, 인수전은 시장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작용할 수 있어서다. 도시바 기술이 한국 기업 또는 중국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 내 정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다. 맥쿼리그룹의 다미안 통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입찰 규모와 관계없이 누가 됐든 일본 관민펀드와 함께하는 인수 후보자가 최종 승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5-20 11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