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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장·차관과 ‘어색한 동거’… 관가, 업무 피로도 가중

朴정부 장·차관과 ‘어색한 동거’… 관가, 업무 피로도 가중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7-05-26 22:38
업데이트 2017-05-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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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내각인선 지연… 각 부처 반응

지도부 공백에 ‘집단지도체제’로 운영… 산업부 차관들 잇단 사표제출 ‘뒤숭숭’
통상부서, 소속 변경 앞두고 좌불안석… 기재부는 “똑같은 내용 4중보고”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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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동거
어색한 동거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현 국무위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의 장차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각 정부 부처의 업무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검증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위 공직자 원천배제 5대 기준’에 해당하는 위장전입 등의 사례가 잇따라 나와 청와대가 추가 내각 인선을 놓고 장고에 들어가자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곧 부처를 떠날 장차관들과 새 정부의 일원으로 업무를 지속할 일선 공무원들은 벌써 보름 넘게 ‘어색한 동거’를 이어 가고 있다.

정부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26일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여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면서 “실장급 공무원들이 매일 회의를 열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을 처리하는 등 ‘집단지도체제’로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사회부처 장관은 공식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서운해하지 않을 테니 민감한 사안은 내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에서 추진할 세부적인 업무 계획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이 보고받고 결재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업무보고를 하려고 장차관실 앞에 줄줄이 대기하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데 보고체계가 확실히 서지 않다 보니 전체적으로 조직이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기로 해 조직 축소 위기에 처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이중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통상부서 직원들은 소속 변경에 따른 신분 불안정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통상부서의 한 공무원은 “외교부에서 가장 천대받는 통상 업무를 위해 외교부로 소속을 변경하고 싶지 않다”면서 “주위에 산업, 에너지 등 다른 부서로 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도 있는 만큼 빨리 장차관이 임명돼 불확실성을 없애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산업부 차관들은 지난 8일 사표를 제출하고 떠날 채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실 짐도 대부분 정리했다. 산업부 간부급 공무원은 “지금 장관이 할 수 있는 건 ‘거수기’ 노릇 말고 또 있겠느냐”면서 “신속하게 신임 장차관이 결정돼 조직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현직인 유일호 부총리를 동시에 ‘모셔야’ 하는 기재부 직원들은 ‘4중 보고’의 고통을 호소한다. 부처 내 주요 업무를 세종청사에 있는 유 부총리와 서울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김 후보자, 국정기획위에도 보고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도 장차관이 언제 바뀔지 몰라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사무관은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장차관 임명이 늦어지다 보니 참석 여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대 쪽에 양해를 구하는 등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자리 창출이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돼 부처의 위상이 높아진 고용노동부도 새 장차관이 결정되지 않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정책이 180도 다른 방향으로 바뀌면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정책과 예산을 챙길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탄생한 탓에 존폐가 불투명했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일단 ‘존치’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양희 장관이 업무를 이전처럼 챙기고 있고 간부들과의 주말 현안점검회의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최재유 2차관 역시 2차관실 산하 실·국장 총괄과장 회의를 평소처럼 열고 있다.

공무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장차관으로 누가 올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산업부는 똑 떨어지는 장관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정보 부재의 목마름을 호소한다. 산업부의 과장급 공무원은 “산업부 조직이 축소되고 힘이 실리지 않아 여당 의원 출신의 힘 있는 장관을 안 보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면서 “직원들이 장차관 인사 지연과 무성한 조직개편 소문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수부와 보건복지부도 ‘실세 장관’이 왔으면 하는 눈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복지를 중요시하는 만큼, 힘 있는 장관이 올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오는 게 우리같이 조직의 힘이 약한 부처에는 적합한데 인선이 미뤄져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5-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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