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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7개 ‘콩쿠르 부자’ 선우예권… 밴 클라이번 출전해 한국인 첫 우승

트로피 7개 ‘콩쿠르 부자’ 선우예권… 밴 클라이번 출전해 한국인 첫 우승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6-28 18:06
업데이트 2017-06-2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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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도전…치유·행복 전달하려 공감의 건반

얼마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선우예권(28)은 프로 연주자다. 서른을 바라보는 그가 콩쿠르에 나간다는 건 성인 대표팀 선수가 올림픽 축구 경기에서 뛰는 격이다. 열여섯 살 때부터 한 해에 적어도 두 차례, 많게는 네 차례 꾸준히 도전해 왔고, 제법 이름값 있는 대회에서 무려 일곱 번이나 1위를 했을 정도로 ‘콩쿠르 부자’다. 그럼에도, 또 도전해 금메달을 따낸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선우예권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의 장점이 교류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한국인들이 콩쿠르에 집착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해외 연주자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연주자들은 서로 음악적인 공유를 많이 한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고 음악적 영감을 주죠. 술 한잔 하며 깨닫는 것도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선우예권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의 장점이 교류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한국인들이 콩쿠르에 집착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해외 연주자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연주자들은 서로 음악적인 공유를 많이 한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고 음악적 영감을 주죠. 술 한잔 하며 깨닫는 것도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 무결점보다는 흡입력 있는 연주를

선우예권은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을 정도로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콩쿠르에 많이 나갔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여러 번 우승했지만 메이저 콩쿠르에서는 그렇지 못했어요. 저의 나태함 때문에 급박하게 준비를 했던 경우가 많았죠. 나이 제한으로 더이상 못 나가게 되면 후회스럽고 오점으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쇼팽, 차이콥스키, 퀸 엘리자베스에 버금가는 밴 클라이번은 기간이나 주어지는 과제나 미션의 양을 따져 볼 때 그 어떤 대회보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콩쿠르다. 후회 없는 연주를 위해 이전보다 대여섯 배나 더 공을 들이고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는 그는 콩쿠르에 앞서 심사위원 입장을 경험해 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열린 한 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깨닫게 해준 기회였어요. 무결점 연주보다는 흡입력 있는 연주에 끌리더라고요. 이번 콩쿠르가 끝나고 몇몇 심사위원들은 제 연주 스타일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설득당했다고 말해 주기도 했지요.”

# 결선 진출 소식에 긴장해 휘청거려

고3 수험 생활과도 같은 콩쿠르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특히 그랬다. “음악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지인들과 연락도 안 하고 심지어 어머니에게 문자도 안 드릴 정도였어요. 응원조차 부담이 되거든요. 그래도 예민해져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분출하기도 했는데 고맙게도 잘 받아줬습니다.” 콩쿠르 베테랑이라 해도 긴장감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했다. “준결선이 끝나고 결선 진출자로 이름이 불려졌을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일어서며 휘청거려 의자에 이마를 부딪치기도 했어요.”

# 그동안 너무 똑같은 옷 입었죠?

밴 클라이번은 우승 특전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백화점 쇼핑 지원(1만 달러 상당)도 있다. 이제 패션이 좀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선우예권은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발을 슬며시 내보였다. “너무 똑같은 옷을 입어서 죄송해요. 백화점에서 셔츠 위주로 몇 벌을 맞췄는데 수선 중이라 아직 못 받았고요. 지금 신은 구두가 새로 산 것 중 하나예요.”

이번이 인생의 마지막 콩쿠르로, 더 이상의 도전은 없다고 했다. 결과가 달랐어도 그랬을까. “솔직히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며 솔직담백한 미소를 지었다. 오는 1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독주회는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지며 순식간에 매진됐다. 발을 동동 구르는 클래식 팬들을 위해 추가 독주회를 조율 중이다. 이 밖에 올해 크고 작은 기획 공연 무대에 오르는 선우예권은 내년 4월 통영국제음악제와 11월 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 공연 등에 나설 예정이다.

# 연주하며 받는 위로, 관객에 전달되길

한결 홀가분해진 그는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이고 싶을까. “음악하는 사람은 젊어 보인다, 동안이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곡을 연주하며 스스로 치유하고, 위로받고 행복감을 얻기 때문에 그런가 봐요. 제가 연주할 때 느끼는 감정들을 관객들과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7-06-29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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