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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정치비평]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김형준의 정치비평]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입력 2017-07-26 17:26
업데이트 2017-07-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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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80%대 고공행진하던 지지도가 지난주 6% 포인트 하락하면서 74%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노출된 걱정스러운 행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 인식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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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정책의 목표와 방향이 옳으면 추진 방식이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깊은 것 같다. 과거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개발로 바뀌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국정 역사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독단의 정치를 경험했다. 이런 일방주의적 정책 결정은 사회 갈등만을 증폭시킨 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등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듯이 정책 효과를 면밀하게 따져 보기보다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추진되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새 정부에서 청와대가 일방 독주하고 내각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최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 82조 6000억원, 세금을 아껴 95조 4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의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전략이 구체화됐다. 거대 기업, 고소득층 핀셋 증세로 연간 3조 8000억원을 더 거둬들인다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 회의에서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의 발언을 하지 않을 정도로 청와대의 증세 방안 흐름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우리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챙기고, 내각은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의 부작용을 이전 정부에서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유독 강조했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는 어느 순간 언론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은 대통령의 결정에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결정 스타일이 과거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나온다면 그것은 치욕이다. 정책을 넘어 정치적인 측면에서 우려되는 것은 현 정부에서 협치는 사라지고 여야 간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간 불협화음은 초기 내각 인사를 둘러싸고 시작됐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만든 대량의 문건을 현 정부가 공개하면서 정치권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문건을 공개하고 생중계하는 것은 ‘야당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런 대립은 결국 추경 처리 공방으로 이어졌고 협치 절벽을 가져왔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증세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의 부자 증세 방안은 정치 부담은 적지만 세수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야당은 증세에 대해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협치 없이 증세는 없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표를 의식해야 할 정치인들에게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증세다. 따라서 증세 논쟁은 예산 처리 못지않게 정기국회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갈 변수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 기대가 충족되려면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촛불 시민 혁명으로 출범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당이 진정 협치를 원한다면 자신들도 정치 적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겸손함이 있어야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새 정부는 나라의 진로와 미래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정책을 결정할 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 방향과 추진 방식이 조화를 이뤄 성과를 낼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국민들은 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태도를 보고 정부에 대한 믿음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새 정부가 국민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으려면 깊이 음미할 조언이다.
2017-07-27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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