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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플러스] 가족 건강 챙기던 정성… 요리에 담았다

[탐방 플러스] 가족 건강 챙기던 정성… 요리에 담았다

입력 2017-07-28 10:19
업데이트 2017-07-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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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천 먹자골목 닭갈비 맛집 ‘꼭꼬’

닭갈비는 누구나 쉽게 그 맛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닭고기 요리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맛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특히나 ‘맛집 고수’들이 추천하는 이 닭갈비는 이제까지 혀로 기억하던 닭갈비의 맛을 완전히 뒤집는다. 서울 신천의 닭갈비 맛집 ‘꼭꼬’ 이야기다.
‘꼭꼬’의 대표 메뉴는 ‘숯불닭갈비’다. 잘 재워 초벌구이한 닭갈비를 참숯 불판에 구워 먹는데, 양념한 소스에 따라 간장닭갈비와 양념닭갈비로 나뉜다. 간장닭갈비는 특제 간장을 바탕으로 과일을 배합해 만든 소스를 사용하고, 양념닭갈비는 그 소스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매콤한 맛을 더한 소스를 사용한다. 두 가지 소스의 밑바탕이 되는 간장은 가게의 주인장인 정인준 사장이 시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깊은 맛을 내는 비법이 담겨있다.

 숯불닭갈비를 주문하면 더덕이 먼저 눈에 띈다. 횡성에서 공수해 오는 더덕은 숯불에 익어가면서 특유의 향을 낸다. 적당히 익은 더덕을 닭갈비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향과 식감이 조화로워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러운 맛… 재료부터 다르다

맛의 차이는 재료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정 사장은 “좋지 않은 재료로 맛을 내기는 어렵죠. 손님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최고로 좋은 재료를 찾아 맛을 내고 있어요”라고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얼리지 않은 생닭만 부위를 가려 사용하고, 더덕의 품질을 가려 직접 받는 것도 이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 고집이다. 소스도 억지스러운 단맛을 배제하고 천연과일로 맛을 낸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음식과 서비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가격과 좋은 재료로 손님들을 맞이해야죠”라고 하니 맛집의 재료 고집이 만만치 않다.
닭갈비 맛집 ‘꼭꼬’ 정인준 사장
닭갈비 맛집 ‘꼭꼬’ 정인준 사장
깔끔하게 정돈된 세련된 분위기 또한 이 식당의 매력이다. 닭갈비 전문점이라는 이미지보다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캐주얼한 한식집의 느낌을 준다. 평일에는 직장인이나 젊은 고객층이 많지만 주말에는 가족 모임이 많다. 직장인 모임과 가족 모임, 어느 쪽에도 어울린다는 의미다. 친구들 또는 직장동료와 함께 왔다가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은 것도 ‘꼭꼬’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식당의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후식 김치말이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더덕을 넣어 푹 익힌 백김치 육수는 후식 메뉴라고 하기엔 아까운 맛을 낸다. 묵은지 특유의 냄새가 식객(食客)의 감각을 자극한다. 후식으로 시켜도 한 사람 식사로 부족하지 않는 양을 담아준다.

 간단한 식사로는 더덕반계탕, 뚝배기 닭볶음탕 등을 추천할 만하다. 좋은 재료가 뒷받침하는 맛은 메뉴가 달라져도 여전하다. 점심시간에 특히 인기가 많다.

전문성보다 정성을 전하다

정 사장은 소위 ‘외식전문가’ 출신이 아니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식사를 준비하던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과 아들, 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많은 식탁을 차리고 거둔 아내이자 엄마였다. 그런 그가 식당을 창업하고 메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계획할 수는 없었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바꾼 것은 ‘외로움’이었다. 사업에 바쁜 남편과 군에 입대한 아들, 유학 중인 딸이 집을 비우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던 시기였다. 그 외로움을 이기고자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고,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권유로 덜컥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바쁜 시간을 보내며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었다.

 ‘주부 사장’의 배경은 식당의 철학으로 반영됐다. ‘꼭꼬’는 외식 전문가의 치밀함보다 주부의 정성이 더 많이 묻어나는 곳이다. 좋은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식당이다. 가족을 향하던 그 마음을 느낀 손님들이 단골로 늘어가고 있다.

정태기 객원기자 jtk3355@seoul.co.kr

2017-07-2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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