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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권한 쪼그라든 기재부

정책 권한 쪼그라든 기재부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7-09-19 22:24
업데이트 2017-09-1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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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R&D 예산 조사권은 과기부로
온실가스 배출 거래권은 환경부로

‘공룡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조직과 기능이 쪼그라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기재부에 몰려 있던 정책 권한이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20조원 규모인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결정권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갈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의 운영권은 1년 만에 다시 환경부에 돌려주게 됐다.

●과기부 “미래 투자, 경제 논리에 막혀”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권한을 연말까지 기재부로부터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부처 합동 핵심정책토의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런 내용의 ‘연구자 중심의 자율적·창의적 R&D 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유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도 “R&D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려면 선도적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은 예타에만 2~3년이 걸려 속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해 가치가 있는지 미리 따져 보는 절차다. 과학기술학계는 국가 R&D 사업에 대한 예타 권한이 기재부에 있다 보니 비용 대비 편익 분석 등 경제성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기초연구나 원천기술처럼 단기적으로는 별로 성과가 없으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이 기재부의 경제 논리에 막혀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기재부 “선수가 심판하는 꼴” 반발

기재부는 R&D 예산을 쓰는 주체인 과기정통부가 예산권까지 갖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겸직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R&D 예타는 지금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수행하고 있어 과학연구 분야의 특성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예산 전문성과 노하우가 부족한 과기정통부에 권한이 쏠리면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탄소거래제 1년 만에 도로 환경부로

지난해 6월 환경부에서 기재부로 넘어온 탄소배출 거래제도 운영권은 도로 환경부에 귀속된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배출권 할당 계획을 수립하고 거래제 운영을 맡았으나 산업계 입장을 무시한 채 무리한 감축을 추진한다는 비판에 떠밀려 지난해 2월 녹색성장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든 권한을 기재부에 넘겼다.

그러나 기업 편의만 봐주다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문재인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정상화’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시켰다. 여당도 지난 7월 이를 뒷받침하는 온실가스배출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기후경제과 소속 10명이 배출권 거래제를 담당하고 있다”며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가 인력 및 부서 이동 폭을 논의해 조만간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기능 축소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새 정부의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과 인사조직을 담당하는 기재부와 행안부 등 통합 행정부처의 권한이 지나치게 많아 각 부처의 자율성과 재정 역량을 옥죄었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각 부처의 업무 성격과 밀접한 예산 및 운영 권한은 가능한 한 이관하고 기재부는 사후 관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9-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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