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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아침 사람들/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침 사람들/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9-24 23:14
업데이트 2017-09-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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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하는 아침 산책에 늘 마주치는 분이 있었다. 회사 앞을 빗자루로 쓸고, 그날 준비를 했던 60대 초반의 남자다. 눈으로만 주고받던 인사가 어느 날부터 가벼운 얘기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가 일했던 곳은 중국인 상대로 보석류를 팔던 가게였다.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던 관광버스의 유도와 정리가 일이었다. 6개월 전쯤일까. 사드 보복으로 “오는 중국인도 직원도 줄고 있다”는 얘기를 근심스럽게 했던 그가 한 달 전 아예 모습을 감췄다.

대신 비슷한 시각 편의점에 물건을 트럭에 싣고 와 공급해 주는 40대 남자와 친해졌다.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자는 모습도 봤다. 얼마나 피곤하면 그럴까. “몇 시에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전날”이란다. 전날 밤 10시부터 물건 공급을 시작해 20군데를 돌고, 시외 물류기지에서 물건을 채워 집으로 가면 오후 3시. 그때부터 잠자리에 들어 다시 밤 10시에 나오는 생활이라고 한다.

짧은 산책이지만 ‘안녕하세요’는 기분 좋게 한다. 시간이 엇갈려 개를 귀여워해 주는 남자를 보지 못하는 날은 조금 걱정도 된다. 인지상정이겠지.
2017-09-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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