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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IT기업 지분 인수 추진…CEO들은 충성 맹세

中당국, IT기업 지분 인수 추진…CEO들은 충성 맹세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10-13 00:50
업데이트 2017-10-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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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0시대] 공산당·민간기업 정경유착 가속화

오는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판 ‘정경유착’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 지분을 직접 인수해 경영에 개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들은 당 조직을 서둘러 건설하는 한편 최고경영자(CEO)들은 당과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전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연마분투의 5년: 대형성취전’ 전시회에서 지난달 28일 관람객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과 어록 등이 적힌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19차 당대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마련된 이 전시회는 평소에는 잘 착용하지 않는 공산당원 배지를 단 관람객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베이징 EPA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전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연마분투의 5년: 대형성취전’ 전시회에서 지난달 28일 관람객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과 어록 등이 적힌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19차 당대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마련된 이 전시회는 평소에는 잘 착용하지 않는 공산당원 배지를 단 관람객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베이징 EPA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인터넷 관리 당국이 텐센트와 웨이보, 유쿠·투더우 등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의 지분 1%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10억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위챗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투더우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이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경우 지분 1% 인수 가격이 40억 달러(약 4조 5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율성 침해 비판과 외국인 주주들의 소송 제기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은 이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보유통은 물론 언론,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전자결제, 금융, 물류, 교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4670억 달러, 텐센트는 428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국영기업 중 이들 기업의 시총을 뛰어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특히 중국 국민들이 당과 정부의 발표 내용보다 소셜미디어에서 통용되는 정보를 더 신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시진핑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터넷 통제 정책을 폈다. WSJ는 “민간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칫 중앙정부의 장악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영개입 확대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규제 당국은 최근 불법 콘텐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텐센트와 웨이보, 바이두 등에 벌금을 부과했다. 인민일보가 텐센트의 인기 게임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싣자 텐센트 주가가 하루 만에 4% 떨어지기도 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통제에 순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리바바, 바이두, 웨이보 등 35개 인터넷 기업이 최근 수년 사이에 사내에 공산당위원회를 설립했다. 당위원회는 기업 활동이 공산당의 지침에 벗어나지 않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CEO가 주로 위원회 주석직을 맡는다.

중국 공산당 당장(당헌)에 따르면 당원이 100명 이상인 회사와 단체는 당위원회를 건설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를 의식해 당위원회 설립을 꺼리던 민영기업들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앞다퉈 위원회를 만들었다. 최대 공유자전거 서비스 창업기업인 오포는 최근 당위원회 건설 사실을 관영 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CEO들의 충성 맹세도 잇따르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지난달 저장상인회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적 안정은 중국 기업이 누리는 최고의 혜택”이라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혁명성지 옌안을 찾았고, 그곳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최대 라이벌인 징둥 그룹의 류창둥 회장은 중앙기율검사위 감찰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징둥의 서비스 혁신은 인민만을 생각하는 당의 혁신 정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10-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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