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숨진 고(故) 김주혁(45)씨에 대해 31일 이뤄진 부검 1차 구두소견에서 사망 원인이 ‘두부(머리)손상’으로 나오면서 김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정확한 사고 경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규명해야 할 몇가지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독자제공=서울신문]
당시 사고 영상과 경찰 조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씨가 몰던 SUV인 벤츠 지바겐은 30일 오후 4시 30분쯤 영동대로 코엑스사거리에서 경기고 사거리 방향으로 편도 7차로 중 2차로를 따라 달리다가 3차로의 그랜저 승용차 운전석 문 부분을 들이받았다.

첫 사고 뒤 두 차량은 10초 남짓 나란히 서행했다. 김씨의 벤츠는 오른쪽으로 이동해 4차로와 5차에 걸쳐 있었고, 3차로에 있던 그랜저 차량은 사고 수습을 위해서인지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우측 차로로 차량을 천천히 이동했다.

깜박이가 켜지고 5초 정도 지났을 때 멈춰있다시피 했던 김씨 차량 바퀴가 빠른 속도로 구르기 시작했다. 벤츠 SUV는 그랜저의 오른쪽 뒷좌석을 들이받고 오른쪽 인근 아파트 쪽으로 질주했다. 경찰은 김씨 차량에 제동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 급발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차량이 급발진하는 것처럼 왜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됐는지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벤츠 SUV는 아파트 벽면에 부딪힌 뒤 2m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김씨는 건국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이 없었고 맥박도 잡히지 않았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결국 오후 6시 30분 사망했다고 판정했다.

부검의는 1차 구두소견에서 김씨가 심근경색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조직검사 등을 거쳐 부검이 마무리됐을 때 내는 최종 견해에서는 바뀔 수 있는 1차 소견이지만, 일단 심근경색이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김씨의 운전이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물이나 쇼크 등 다른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고 직후 김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소방대원들의 말을 고려하면 음주운전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부검 조직검사에서 김씨가 약물을 했는지, 과민성·심장성 쇼크나 저혈당 쇼크 등을 겪었는지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소속사 관계자는 김씨가 무척 건강해 지병을 앓거나 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술은 거의 못했으며 담배도 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약물을 하거나 술을 마신 흔적이 없다면 김씨가 부자연스럽게 운전하게 된 연유도 수수께끼다.

소방당국이 촬영한 사고 영상을 보면 에어백이 터진 것은 확실하지만, 안전벨트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랜저 차량과 1차 사고가 난 이후에도 부자연스럽게 운전을 한 것에 비춰보면 졸음운전이나 순간적인 운전 실수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현장에서 사망하다시피 했다. 사고시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에어백이 왜 김주혁을 보호하지 못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벨트를 했더라도 이만한 사고에서는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지바겐이 엄청나게 튼튼한 차인데 그 차의 필러(창틀)가 그렇게 찌그러질 정도면 속도가 시속 70∼80㎞는 될 것. 안전벨트를 맸다고 해도 이 속도에서 전복돼 측면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경우 내부로 찌그러진 필러에 부딪혀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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