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영어금지’ 발표 앞두고 교육부 미묘한 기류변화

입력 : ㅣ 수정 : 2018-01-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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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추진방향 공개…종합대책 마련 전제로 시행 유예 가능성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교육부가 발표를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학부모 반발과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를 고려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금지 방향성에 변함이 없다던 기존 입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의 영어 선행 교육 규제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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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의 영어 선행 교육 규제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즉시 시행 또는 유예 → 1년 유예 → ?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추진방향의 윤곽이 드러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유치원·어린이집의 한글·영어 등 초등학교 수업 대비 특별활동을 놀이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규 수업에 해당하는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의 경우 애초 영어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영어교육이 금지돼 있었다.

여기에 방과 후 특별활동에서도 영어를 금지해 사실상 초등학교 3학년 정규 교육과정 전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되 방과 후 교육과정 지침을 통해 당장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월 100만원을 넘나드는 유아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은 내버려두고 월 수만원의 유치원 영어 특활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학부모 반발은 생각보다 거셌다.

발표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수천 건의 동의가 이어졌다.

교육부는 이튿날인 28일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자료를 배포했다.

이후에도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부의 입장은 좀 더 누그러졌다.

일주일 뒤인 이달 4일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금지 방향성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일부 유치원 현장에서는 일정 기간 시행 시기를 유예해달라는 의견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9일에는 그간 검토됐던 여러 안 가운데 1년 유예안에 무게가 실리면서 2019년 시행이 유력하다는 전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추진방향 발표를 며칠 앞두고서는 다시 미묘한 기류변화가 생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전히 확정된 것은 없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학부모 반발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교육부 역시 규제를 강행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최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만찬에서 정책 시행을 연기하자는 의견을 전달했고, 김 부총리는 일각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했다.

교육부가 사교육 규제를 포함한 유아 영어교육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정책 시행을 유보하거나, 1년 이상 시행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방선거 눈치 보나…시행 유보 시 정책 신뢰도 하락 불가피

교육계에서는 지방선거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점이 이번 이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 언급에 따른 투자자 불안 등 중산층과 서민층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민생 이슈가 줄줄이 터졌다.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역시 아이를 고가의 유아 영어학원에 보내기 어려운 서민층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크다.

학부모의 기대만큼 공교육을 내실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지지율 가운데 교육분야 지지율이 35%로 가장 낮았다는 점은 청와대와 여당뿐 아니라 교육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부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교육부가 수차례 ‘방향성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해 온 유치원 영어 특활 금지 방침을 거둘 경우 앞으로의 정책 추진 동력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등 새 정부가 추진한 굵직한 교육정책 대부분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 지방선거 이후로 유예되거나 반쪽짜리 정책이 됐다.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처럼 가장 민감한 것으로 꼽히는 현안은 아예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겼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 반발을 고려하면 아무리 정책의 일관성을 따진다 하더라도 강행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영어유치원 규제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교육부로서는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선택지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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