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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이동 기회인가?’…가상화폐 유혹에 빠진 상아탑

‘계층이동 기회인가?’…가상화폐 유혹에 빠진 상아탑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18 10:15
업데이트 2018-01-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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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커뮤니티 속속 등장…서울·지방 대학에 급속 확산 대학생 투자 열풍 속 “한탕주의 빠질 수 있다” 지적도

가상화폐 유혹에 빠져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대학 캠퍼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 내 전용 커뮤니티에 가상화폐 관련 게시판이 생기는가 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학생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어 투자전략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 시세 급락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 없는 처지의 ‘흙수저’에서 투자에 성공한 ‘금수저’로 계층 이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과 함께 ‘한탕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열풍 속에 한탕주의 환상에 빠진 대학생들이 투자사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투자에 주의해 달라고 조언한다.

◇ 가상화폐 정보 공유 ‘정모’에 전용 게시판까지

부산대를 중심으로 한 부산지역 대학생 40여명은 지난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정모’(정기모임)를 만들었다.

이 모임 회원들은 금요일마다 대학 앞 식당에서 만나 투자전략을 공유한다.

해당 모임에서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한 학생이 최근 40만원을 투자해 2천만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학생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의 경우 지난 11일 신설된 ‘재테크 게시판’에 가상화폐 관련 글 200여건이 우후죽순 격으로 올라오고 있다.

고려대생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최근 가상화폐 관련 글을 올리는 게시판이 추가됐다.

고파스는 지난 10일 ‘주식/재테크 게시판’을 ‘코인/주식 게시판’으로 확대 개편했다. 가상화폐 관련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오면서 엿새 만인 16일에는 아예 ‘코인 게시판’을 새로 만들었다.

30명가량의 부경대 졸업생과 재학생들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며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부경대 14학번인 A(24)씨는 “가상화폐가 주식보다 변동 폭이 큰 만큼 고급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다”며 “그 정보가 공식적으로 풀리기 전에 투자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단체 채팅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단체 채팅방을 통한 정보교류가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너도나도 일확천금’ 소문 확산…“도박에 가깝다” 지적도

가상화폐 투자로 ‘대박 났다’는 소문이 대학가에 돌면서 평소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던 학생들이 너나없이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대학생 이모(21)씨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5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금세 90만원을 벌어들인 그는 가상화폐를 도박이 아닌 ‘투자’로 생각한다.

가상화폐가 ‘계층 이동’의 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이씨는 “서민이 중산층이나 그 이상으로 점프할 수 있는 사법시험도 폐지된 마당에 가상화폐만한 계층 이동 수단이 있겠느냐”며 “복권처럼 막연한 기대보다 내 역량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으니 일개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또다른 대학생 김모(21)씨는 가상화폐를 ‘도박’으로 인식했다.

주변 친구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있지만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는 철학에 따라 투자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김씨는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분 단위로 휴대전화를 쳐다보는 친구들을 보면 중독성이 강한 도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천만원, 수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럽고 허탈하기도 하지만, 정당한 노동 대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금방 평정심을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2천만원을 투자해 3억원을 넘게 벌었다는 소식을 접한 C(25)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최근 그만뒀다.

그는 “정확한 이유 없이 코인이 급락하고 급등하는 것을 보고 가상화폐가 투자보다 도박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 가상화폐 채굴기 가동 의혹 교직원 해임…PC방도 생업은 뒷전

지난달 초 강원도 원주의 한 대학에서는 교직원이 빈 강의실에서 학교 전기로 가상화폐 채굴기 10여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내에서 교육이나 연구에 맞지 않는 시설물을 무단으로 설치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해당 교직원은 연구용이었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이 교직원은 실제 채굴에 사용한 기기가 아님을 거듭 밝혔지만, 대학 측은 해당 교직원을 해임했다.

부산 남구 대학가 주변 일부 PC방에서는 영업은 뒷전에 두고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C는 켜져 있는데 ‘예약자리’라고 붙여놓고 실제로는 채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탕주의 환상에 빠진 대학생들이 묻지마식 투자를 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관련 글을 커뮤니티에서 자주 접하면 소액으로 거액을 만들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질 수 있다”며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대학생들이 가상화폐 투자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도박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온라인 투자에 익숙치 않은 사람을 겨냥한 투자사기 범죄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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