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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공명이 일부러 푼 개에게 물린 유비…주인 책임? 개 책임?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공명이 일부러 푼 개에게 물린 유비…주인 책임? 개 책임?

입력 2018-01-18 18:36
업데이트 2018-01-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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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끝> 동물학대와 동물보호법

남만은 질병이 들끓고 기후도 좋지 않은 역병의 나라, 불모의 땅이다. 공명은 남만의 낯선 환경에 고전하는 듯했지만 곧 점령지를 넓혀 나간다. 궁지에 몰린 맹획은 목록왕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목록왕은 큰 코끼리를 탄 채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맹수 1000여 마리를 이끌고 출전한다. 조자룡과 위연까지도 사나운 기세로 달려드는 맹수를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공명은 검은 연기와 불을 내뿜는 나무 짐승을 이용해 맹수를 쫓아내기로 한다. 바야흐로 진짜 맹수와 나무로 만든 가짜 짐승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
일러스트 최선아 민화작가
일러스트 최선아 민화작가
인류는 약 1만년 전부터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키워 왔다. 주된 목적은 가축들의 알, 젖, 털, 고기 등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록왕은 맹수들을 전쟁에 이용해 촉나라에 많은 사상자를 안긴다. 맹수들 역시 촉나라 병사의 공격으로 죽거나 다친다. 그런데 동물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위험한 일에 동원해도 될까. 촉나라 병사를 다치게 한 맹수에게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맹수를 부린 목록왕에게 책임이 있을까. 또 반대로 맹수를 다치게 한 촉나라 병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동물은 약탈과 착취의 대상이었다. 야생동물은 물론 기르던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한다고 해도 도덕적인 비난이 가해지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목록왕처럼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훈련시키거나 굶겨 전쟁과 같은 험하고 위험한 일에 동원하더라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가축은 물론 야생동물까지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공존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 법도 이런 시각에서 함부로 동물을 학대하거나 야생동물을 포획, 훼손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다. 동물들을 본래 습성과 신체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하고, 갈증이나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고,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목록왕의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목록왕은 동물보호법이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최대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법은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동물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분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람이 동물을 처벌해 달라고 한다거나 동물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 동물의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싫은 공명이 사나운 개 한 마리를 기르며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유비가 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갔다. 처음 두 번은 좋은 말로 거절한 공명이 세 번째는 더이상의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기르던 개를 풀었다. 그러자 개가 유비를 물어 크게 상처를 입혔다. 이 경우 누가 어떤 죄로 처벌을 받을까.

동물은 형사 제재의 대상이 아니다. 형사 책임의 대상은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14세 이상이다. 이처럼 사람도 14세가 되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하거나 결정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는다. 하물며 동물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례를 단순화해 보면 공명이 개라는 도구를 이용해 유비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된다. 즉 공명이 몽둥이라는 도구로 유비를 때려 상처를 입힌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공명이 상해죄나 특수상해죄로 처벌받는다.

공명이 일부러 풀어주지 않았는데 개가 스스로 줄을 끊고 나와 유비를 물었을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공명이 의도적으로 유비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명은 자신이 기르던 개를 잘 관리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형법 제14조)’, 즉 과실범에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이 손해를 입었으면 그 손해를 메워 주면 된다. 형사 처벌의 경우는 다르다. 실수로 하는 모든 행위에 처벌의 매를 들 수는 없다.

형법도 과실범의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명이나 신체의 침해와 같은 매우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이다. 형법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과실치상죄(제266조 제1항)로 처벌하고 있다. 다만 고의로 인한 범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인 유비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제266조 제2항).

반대의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유비가 공명이 기르는 개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경우다. 이 경우는 둘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먼저 유비가 공명이 기르는 개가 계속 짖어대자 화가 나 옆에 있던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개의 다리가 부러진 경우다. 피해 대상이 사람이라면 특수상해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상대는 개. 아무리 공명의 반려견이고 아무리 소중하다고 하더라도 피해 대상이 사람인 경우와 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반려견은 법적으론 재물로 평가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유비는 재물손괴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법 제366조)으로 처벌된다.

유비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공명의 개와 부딪혀 다리를 부러뜨렸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유비가 일부러 공명의 개와 부딪힌 것이 아니다. 즉 유비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형법은 과실범인 경우에는 특별히 처벌 규정을 마련해 놓은 경우에만 처벌한다. 우리 형법은 과실로 인한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비가 형사적으로 처벌되진 않는 것이다. 물론 민사적인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의 이름은 애완(愛玩)이었다.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의미다. 얼마 전부터 그의 이름은 반려(伴侶)가 되었다. 짝이 되는 친구라는 의미다. 이처럼 그는 이제 더이상 일방적인 사랑의 객체가 아니다. 그가 아직 사람과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때로 사람보다 아니 가족보다 더 나은 존재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함께 세상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듯 그에게도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지혜와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반려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2018-01-1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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