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오픈서 데뷔 6년 만에 정상
“갓 태어난 아들과 아내의 힘” 눈물필드에서 항상 밝은 미소를 짓던 권성열(32)이 주먹을 뿔끈 쥐더니 크게 포효했다. 주변 선수들이 축하한다고 물을 뿌리자 흠뻑 젖어서는 자리에 주저앉아 한동안 흐느꼈다. 지켜보던 선수들마저 눈시울을 붉혔다. 힘들었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듯했다.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권성열이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권성열
선두에 2타 차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권성열은 3·9·10·15번홀에서 버디를 낚았다. 보기는 12번홀 딱 한 차례였다. 18번홀에서 7.7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면 바로 우승이었지만 아쉽게 홀컵을 돌아나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 첫 번째 경기에서는 류현우가 버디 찬스를 잡았지만 짧은 퍼트를 놓쳤다. 결국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권성열은 겉옷까지 벗고 연장 2번째 홀에 나서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시도했고 공은 한 바퀴 돌아 홀에 빨려 들어갔다. 류현우는 다시 파에 그쳐 승부가 그대로 끝났다.
권성열은 “이렇게 물세례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과 아내가 생각났다. 우승했으니 집안 일도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아내에게 말하고 싶다”며 맺힌 눈물을 닦아 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5-21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