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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보병이 입은 면갑옷 100년만에 돌아왔다

조선후기 보병이 입은 면갑옷 100년만에 돌아왔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30 14:02
업데이트 2018-05-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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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국외문화재재단에 기증

조선 후기 보군(步軍·보병)이 입은 실전용 갑옷인 면피갑(綿皮甲)이 약 1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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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보병이 입은 면갑옷 100년만에 돌아왔다
조선후기 보병이 입은 면갑옷 100년만에 돌아왔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인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부터 지난 1월 기증받아 약 1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조선 후기 보군(步軍?보병)이 입은 갑옷인 면피갑(綿皮甲)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18.5.30 연합뉴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1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인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은 조선시대 갑옷을 3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이번에 돌아온 면피갑이 독일로 나간 시점은 명확히 구명되지 않았으나,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1910∼1920년대로 추정된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조선시대 복식 전문가들이 윗옷 겨드랑이 아래에 대는 폭인 무에 주목했다”며 “19세기에 이르면 무가 거의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 갑옷은 18세기 이전에 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808년 편찬한 군정(軍政) 관련 서적인 만기요람(萬機要覽)을 보면 ‘피갑 2천892벌을 보군에게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있어 면피갑이 흔했던 것 같지만, 현존하는 유물은 국내외에 10여 벌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면피갑은 길이 101㎝·어깨너비 99㎝이며, 안쪽에 갑옷 착용자로 판단되는 인물의 이름인 ‘이○서’(李○瑞) 묵서가 있다. 가운데 글자는 현(玄) 자나 대(大) 자로 읽히기도 하나, 육안으로는 정확히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얀 면직물 겉감에는 둥근 못을 촘촘하게 박았고, 연화당초무늬 인문(印文)이 선명하게 보인다. 겉감 뒤쪽에는 안감과 같은 색상인 푸른색 띠가 세로로 길게 남았다. 안감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흑칠을 한 가죽 3겹으로 만든 미늘을 부착했다. 미늘은 앞쪽에 94개, 뒤쪽에 100개가 있다.

면피갑을 인계받은 국립고궁박물관 김인규 유물과학과장은 “면피갑이 독일에서는 안팎이 뒤집힌 채 보관됐는데, 유물을 가져온 뒤 원상태로 되돌리고 간단한 세척 작업을 했다”며 “미늘 소재는 돼지가죽으로 판단되고, 흑칠은 옻이나 송진으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승정원일기에 면피갑은 철갑과 달리 화살을 맞으면 관통되기는 하지만, 깊이 박히지는 않았다고 기록됐다”며 “2020년까지 보존처리와 재질 분석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면피갑을 기증한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에는 한국 유물 1천700여 점이 있다. 수도원은 2005년 경북 칠곡 왜관수도원에 ‘겸재정선화첩’을 영구 대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6년 식물 표본과 17세기 익산 지역 호적대장을 한국에 돌려줬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이 설립한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연합회 소속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이 국내 최초 양봉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를 영구 대여 형태로 반환했다.

이번에도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선교박물관 유물을 조사한 뒤 면피갑을 보존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흔쾌히 기증을 결정했다.

당시 볼프강 왹슬러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총아빠스(수도원장)와 테오필 가우스 선교박물관장은 “기증을 계기로 조선시대 갑옷에 대한 정밀 분석과 심층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우스 관장은 갑옷 공개식에서도 “보존처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한국에 유물을 돌려주게 돼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차 팀장은 “면피갑 복원품을 제작해 상트오틸리엔수도원에 보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독일 수도원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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