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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담판, 초장에 판가름난다…‘CVID 명문화’ 관건

비핵화 담판, 초장에 판가름난다…‘CVID 명문화’ 관건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6-11 09:11
업데이트 2018-06-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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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초반 기싸움 치열할 듯…트럼프, 김정은에 CVID 목표·시한 명기 요구할 듯핵무기 국외반출·핵사찰단 복귀 놓고도 ‘밀당’ 예상…트럼프 ‘당근’ 제시가 변수

“1분 이내면 알아차릴 수 있다”.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데 얼마나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다. 9일(현지시간) 캐나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싱가포르로 향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스스로 ‘승부사’임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는 중요한 협상전략이 담겨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바꿔말해 초반 기싸움을 벌여 최대 의제인 비핵화 문제에서 승기를 거머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의 성공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합의문건에 명문화할 수 있느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남북 정상간 합의인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이어받아 보다 명확하고 가시적인 비핵화 목표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미루더라도 최소한 CVID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명기된 CVID를 북미 양측의 공동목표로 못 박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내의 회의적 시각을 무릅쓰고 정상회담을 수용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일종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격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담 초반에 CVID 명문화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협상술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CVID 명문화를 넘어 아예 CVID의 목표 시한까지 못 박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1기 일정을 감안해 앞으로 2년 이후인 오는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를 완성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대한 신속하게 비핵화 목표를 이행함으로써 북핵으로부터 초래되는 국가적 안보위협을 서둘러 제거하는 동시에, 재선에 도전할 2020년 대선정국을 겨냥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협상의 미국 측 ‘총책’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VID를 또다시 공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위해 CVID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VID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성격이라면, 그 첫걸음에 해당하는 초기조치가 이뤄질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핵동결→신고→검증→불능화→핵폐기로 이어지는 다단계적 접근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가장 어려운 단계인 핵폐기에서부터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원료 생산 기지인 영변 핵시설을 감시할 사찰단을 1∼2개월 이내에 복귀시키는 방안을 정상회담 합의문에 넣는 걸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이를 위해 미국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사찰단 복귀 문제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의 최종합의 때 9년여 만에 방북할 사찰단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포함해 북한이 향후 제출할 핵 프로그램 신고 내용을 검증하는 한편 영변 핵시설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북핵 검증을 둘러싼 한미일과 북한의 갈등 속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이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철저히 국제사회의 감시 밖에 놓여 있었다.

더욱 큰 쟁점은 북한 핵무기 일부의 국외반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력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을 수개월 안에 일부 해외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으로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무협의에서 접점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북미 정상의 담판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선택지를 받아들일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당근’과도 맞물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에 CVID를 명기하면서 그 달성 시기까지 못 박으려 한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상응하는 보상으로서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의 확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종전선언도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치적 선언’을 넘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 나아가 전폭적인 경제 지원을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회담 초반의 ‘골든타임’에 두 정상이 어떤 카드를 내걸고 ‘밀고 당기기’를 하느냐가 전체 비핵화 협상의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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