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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 …“트럼프, 김정은에 통큰 양보”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 …“트럼프, 김정은에 통큰 양보”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6-12 17:39
업데이트 2018-06-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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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극적으로 합의한 6·12 싱가포르 선언에서 포괄적인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 이후 서명한 공동성명에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측이 배수의 진을 쳤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에서 북·미는 ‘완전한 비핵화’에만 합의했다. 즉 ‘비핵화 검증과 불가역적(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의미가 빠진 것이다. 하지만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이번 싱가포르 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원칙에 대해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란 단어에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모든 의지를 담고 있다”며 이번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사실 외교가에서는 70여년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던 북·미가 이번 정상회담을 ‘톱다운’ 방식으로, 또 한 차례 정상회담 취소 소동까지 치렀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 있는 합의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또 성 김 필리핀주재 미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밤 늦게까지 마라톤 협의에 나서면서 ‘사실상 합의문’ 발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특히 미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는 이미 김 위원장이 4·27 남북 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약속했다’며 그보다는 더 진전된 내용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무협상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강조하는 등 CVID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주도한 대북 고립·압박책의 상징적 표현이었던 ‘CVID’에 반발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완전한’이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합의문’에 ‘CVID’란 표현을 빼야 한다고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첫 북·미 정상 간의 한 번 만남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미 양국은 다음 정상 회담과 추가 실무협상 등을 통해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 ‘핵동결-신고-검증-폐기’의 로드맵으로 ‘비핵화’를 시도하다 ‘폐기’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좌초했던 과거 합의를 ‘실패’로 규정하며 최종 핵폐기 단계의 핵심적 조치를 조기에 시행하자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수용했는지에도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일부 핵무기 반출, 폐기라는 성의를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워싱턴 정상회담 등 세기의 ‘이벤트’가 한 번 더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선 일부 핵폐기’라는 성의에 미국의 종전선언이라는 ‘화답’이 이어진다면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식 해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구상에 난색을 표해왔다. 핵무기 일부라도 해외 반출할 경우 자신들의 핵역량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물론, 북핵 검증과 관련한 중대 카드를 미측에 미리 보여주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싱가포르 합의문을 보면 미국 측이 분명히 ‘비핵화’ 부분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믿고 ‘통 큰’ 양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이에 북한이 미국의 ‘양보’에 일부 핵무기 반출·폐기라는 성의를 보인다면 북·미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 조야의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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