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2018. 4. 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검찰은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지사를 수행할 때 지사의 기분을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지사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 환경이었다”고 적시했다고 15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검찰은 안희정 전 지사가 항상 자신의 요구사항을 짧은 단어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즉시 안희정 전 지사의 의중을 파악해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안희정 전 지사는 4번에 걸쳐 김씨와 성폭행을 시도할 때마다 ‘담배’, ‘맥주’ 등 짧은 메시지를 보내 김씨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김씨는 성폭행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 ‘심부름’ 메시지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내려오는 ‘메시지 지시’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실제로 김씨가 안희정 전 지사의 수행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김씨의 하루 업무시간은 새벽 4~5시부터 안희정 전 지사가 공관으로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됐다. 안희정 전 지사의 퇴근 후에 지사의 업무용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김씨의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되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가 안 전 지사와 관련한 각종 공적, 사적인 일을 평일, 공휴일, 주야간을 불문하고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시 불이행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됐고, 그나마 성폭행 시도 당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 게 김씨가 할 수 있는 거절 의사의 전부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이러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뿐만 아니라 집무실 등 업무 장소에서 기습적으로 김씨를 추행해 ‘강제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희정 전 지사 측은 “추행 사실은 없고, 업무 지시 등은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성관계도 합의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한국일보는 안희정 전 지사의 현재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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