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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굶고 호객 행위·성추행도 당해 무명 아이돌은 기획사의 노예였다

밥 굶고 호객 행위·성추행도 당해 무명 아이돌은 기획사의 노예였다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8-06-22 18:18
업데이트 2018-06-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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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등 지원없이 정산도 제때 안돼 5인조 男그룹, 소속사 상대 소송 승소

5인조 남자 아이돌 A그룹은 2016년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공식 데뷔했다. 최대 10개월, 최소 6개월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터였다. 아이·오·아이와 블랙핑크가 데뷔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기였다. A그룹도 꿈을 부풀렸다.

소속사 직원이 자꾸 줄었다. 담당 매니저도 없었다. 사무실과 숙소에 대한 밀린 월세 독촉도 직접 받아야 할 정도였다. 차량 지원이나 보컬 레슨, 댄스 레슨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소속사는 연예 활동을 위해 필요한 메이크업 등도 알아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미용 시술 등 ‘자기 관리’도 자비로 받게 했다. 기량을 갈고닦을 공간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연습실을 에어로빅 교실로 빌려줬기 때문이다. 멤버들 모르게 비밀번호를 바꾸어 연습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에어로빅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연습실에 드나들며 멤버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곤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숙소에서의 식비와 생필품조차 지원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속사 대표는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고 했다. 일본과 대만 등 해외 활동도 하기는 했다. 매니저나 직원 동행은 없었다. 멤버들이 직접 호객 행위까지 해야 했다. 안전요원도 없어 현지 행사 때 성추행에 시달리기도 했다. 돌아오는 말은 “성공하려면 이 정도는 못하겠냐”였다. 소속사 대표는 폭언과 협박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업계에서 매장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불만을 드러내면 “멤버를 교체해 버리겠다”거나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하겠다”고도 했다. 1시간 이상 욕설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밉상이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 “뒤통수칠 상이다”, “뮤직비디오에 나오지 않게 하라”, “미용실은 빼고 가라” 등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수익은 제대로 정산받지도 못했다. 결국 A그룹은 이같이 하소연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최희준)는 A그룹이 제기한 전속계약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 무변론으로 사건 심리를 종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8-06-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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