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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진상조사 참여 않는 학폭위…자료만 보고 퇴학까지 결정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진상조사 참여 않는 학폭위…자료만 보고 퇴학까지 결정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8-06-28 22:18
업데이트 2018-06-2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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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299건 재심 청구 쏟아져

학폭 사건을 경험한 학부모들은 십중팔구 학폭위에 불만을 쏟는다. “아이에게는 운명이 걸렸는데, 학폭 위원들은 사건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들어오는지 의문”이라고 불신한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다.

●회의 두 시간 전 ‘대타’ 위원 참석도

학폭법에 따라 학폭위는 5~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과반수는 학부모 대표가 반드시 맡아야 하는 대목부터 문제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점 말고는 학폭위의 자치적 기능을 담보할 전문성은 크게 부족하다. 학폭위는 1호 처분(서면사과)에서부터 9호 처분(퇴학)까지 막강한 심의 권한을 갖는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사건 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학폭위 전 단계에서 전담 교사가 피해·가해 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학폭 전담교사의 조사가 공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학부모 위원이 갑자기 불참하면 ‘대타’가 긴급 투입되기도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학폭위 개최 2시간 전에 정족수를 채워 달라는 부탁을 받아 영문도 모르고 앉았다가 의결권을 위임하고 그냥 나왔다”면서 “선처를 호소하며 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렇게 주먹구구로 처벌해도 되는 것인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니 대부분 어머니인 학부모 위원들은 감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나 경찰관이 학폭위원으로 참여하게 돼 있으나 지켜지기는 쉽지 않다. 한 학폭 담당 교사는 “사건을 미리 충분히 숙지해서 학폭위에 꼬박꼬박 시간 맞춰 참석할 변호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생업에 쫓겨… 가해·피해 부모 참석 못 하기도

학생들 사이에는 “학폭위에도 무전유죄”라는 냉소가 나돈다. 경찰관 등 외부 위원들의 일정에 맞춰 열리는 학폭위에 생업이 바쁜 가해자 학부모는 제때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동의서 한 장으로 대신하면 학폭위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고 끝나기도 한다. 10여명의 위원들 앞에서 10대 학생이 자기방어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의도 하기 전에 학생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는 학폭위 진행 방식도 큰 문제다. “일정 기준 없이 학부모 위원들이 학생부에 기록될 징계 수위를 다수결 형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sjh@seoul.co.kr
2018-06-2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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