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몸싸움...“15세 소녀 신부는 아동학대”
결혼식 망치고 영웅 된 터키의 사진사 오누르 알바이라크
10일(현지시간) 터키 일간 휴리예트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알바이라크는 지난 5일 열린 한 결혼식에 사진사로 고용됐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처음 본 알바이라크는 신부가 너무나 어려 보인다는 생각에 신랑에게 신부의 나이를 묻자 “열다섯”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터키의 혼인 가능 연령은 남녀 모두 18세이며, 개별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17세도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17세 미만의 혼인은 어떤 경우든 불법이다.
사진사들은 이런 상황을 개의치 않거나,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해주고 넘기는 게 대부분이다. 알바이라크는 달랐다. 그가 화를 내며 항의하자, 신랑은 계약대로 촬영이나 하라며 윽박질렀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신랑의 코뼈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 사건이 터키 전역에 알려지며 사진사 알바이라크는 오히려 유명인사가 됐다.
알바이라크는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처음 봤는데 어린애였다. 신부가 공포로 떨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명인사가 된 알바이라크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녀 신부는 아동학대다. 세상 누구도 나한테 소녀 신부 사진을 찍게 할 수 없다”고 올렸다.
그의 이같은 행동은 조혼 문제가 심각해지는 터키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터키에서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이슬람교리상 허용된다는 이유로 10대 초반 소녀의 결혼이 묵인되기도 한다. 특히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터키 동부나 동남부를 중심으로 난민 소녀를 대상으로 한 매매혼 형태의 조혼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이라크는 사건이 알려진 후 터키 전역의 결혼 기획업체 100여곳으로부터 앞으로 조혼 예식을 맡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