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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깜깜이’ 특활비 폐지…정부부처로 번지나

국회 ‘깜깜이’ 특활비 폐지…정부부처로 번지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8-13 11:19
업데이트 2018-08-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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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비난에 결국 백기투항…여야 “정부부처 특활비 개선 불가피”

여야가 13일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올해 60여억원 수준으로 잡힌 각종 명목의 특활비가 내년부터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주례회동 직후 국회에 매년 지급되는 특활비 전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의원외교 활동이나 상임위원회 운영 비용, 의원연구모임 활동비 등 경비도 포함돼 있으나, 일단 전체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활비는 개별 업무 특성에 따라 집행하되 다른 예산과 달리 집행 때 영수증을 생략할 수 있어 그동안 ‘눈먼 돈’, ‘쌈짓돈’, ‘제2의 월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활비 이슈는 지난달 법원이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내리고 국회에 2016년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참여연대가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지출 현황을 공개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실상 국회의원 쌈짓돈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에도 국회가 자료공개 법원 판결에 항소한 데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투명성을 높여 특활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게다가 가장 먼저 특활비 폐지 목소리를 높여온 정의당에 이어 바른미래당까지 당론으로 특활비 폐지를 정하고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민주당과 한국당을 거듭 압박하고 나서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 주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현행 국회 특활비는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 등에게 지급되며 지급 인원과 정확한 규모가 공개된 적은 없으나, 올해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3명에게는 4천만원 또는 2천만원 등 매달 총 1억원이, 18명의 상임위원장에게는 각각 매달 600만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로는 국회는 의원 20명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에 ‘정책지원비’, ‘단체활동비’, ‘회기별 단체활동비’ 등 3개 항목으로 매달, 회기별로 특활비를 지급한다.

또, 국회의장단에 외국 순방 등을 위해 적지 않은 특활비가 지급되고, 각 상임위원회 수석 전문위원들, 국회 사무처, 각종 비상설특위 위원장 등에게도 특활비가 수여된다.

만약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맡아 국회 운영위원장 등 국회직을 겸하는 경우 개인이 한해 수령하는 특활비가 많게는 1억~2억원대에 이른다.

참여연대가 발간한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수령인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황우여 전 의원은 원내대표, 운영위원장, 법제사법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며 3년간 총 6억2천여만원을 받았다.

2012년 5∼12월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남북관계발전특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3년간 총 5억9천여만원을 수령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 특활비 폐지가 청와대를 포함해 특활비를 유지 중인 정부 부처와 국가 기관의 예산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간 60억원 수준의 국회 특활비는 국가정보원, 청와대,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다른 권력기관에 비하면 적은 수준으로, 국회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특활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행정부처들의 경우 지난 10년간 특활비로 4조원 가까운 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는 지난해 특활비가 도마에 오르자 올해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각 부처 특활비를 지난해보다 17.9% 줄어든 3천289억원으로 책정했다.

사법부의 경우도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관계자 등에게 특활비가 사실상 ‘수당’처럼 매달 꼬박꼬박 지급돼 온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대법원에는 2015년부터 연간 3억원의 특활비가 지급됐으며, 대법관들은 월평균 100만원의 특활비를 받아갔다.

특활비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의 경우는 특활비가 불법적인 정치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특활비 청와대 상납’ 논란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도 취지에서 벗어나는 특활비 예산을 모두 없애고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활동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거대 양당의 특활비 폐지 동참을 환영한다”면서 “정부부처가 사용해 왔던 특활비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하고 삭감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삭감하도록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 충실히 따져 보겠다”고 했다.

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 합의를 계기로 국정원, 청와대,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에서 특활비를 직급별로 ‘월급처럼’ 정액으로 지급하는 것을 없애는 등 특활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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