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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Out] ‘트럼프 리스크’와 문재인 정부의 과제/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트럼프 리스크’와 문재인 정부의 과제/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입력 2018-10-02 22:20
업데이트 2018-10-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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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남북 평양 정상회담은 4월 판문점 회담만큼이나 역사적 회담이었다. 판문점 회담에서 한국이 북·미 정상회담의 중개자 역할을 했다면, 평양 회담은 한발 더 나아가 비핵화라는 남북 공동 프로젝트를 미국에 세일즈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좋은 기회에 거는 문재인 정권의 남다른 의욕이 보였고, 김정은 정권도 남북 협조를 최대한 연출했다. 그리고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문’에 의해 실질적으로 남북은 ‘종전선언’뿐 아니라 ‘부전(不戰) 선언’까지 내디딘 형국이 됐다. 남북 평화공존의 제도화는 비약적으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남북이 주도하고 미국과 중국이 따라오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북한이 개발해 둔 핵과 미사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정은 자신이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명언한 의미는 크다. 미래의 핵개발 중단 자세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북한의 현재 핵무기 리스트의 신고, 폐기 일정에 관해서는 이번에도 언급이 없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볼 때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판단하고 그 대가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는 북·미 협상에 맡기게 됐다.

일본에선 납치 문제에 관한 북·일 상호 불신 등으로 비핵화를 회의적으로 본다. 또 한국 외교에 대한 과소 평가와 북한 외교에 대한 과대 평가가 존재한다. “북한은 한국을 이용해 트럼프에게 접근하고, 나아가 트럼프를 이용해 이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 다시 말하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짐으로써 일본도 그런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이 초조해져서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신중론이 강하다. 트럼프 정권에 대한 평가도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비판적 견해로 기울은 것처럼 보인다. 다만 한국의 보도를 보면 일본의 신중론에는 주목하지 않고 일본도 한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논조가 지배적인 것 같다.

나는 외국의 비판적 견해가 한국에서 소개되지 않는 점을 우려한다. 문재인 정권이 북·미 군사 충돌의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북·미를 설득한 것은 합당하다. 그런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관찰하는 일본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냉담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불명확한데도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앞질러 간 인상을 주었다. 남북 협조의 연출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이 주변국에 어떤 인상을 주는지도 감안해야 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트럼프 정권의 집권 기반이 견고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집권 기간 내에 비핵화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는 한국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포스트 트럼프 정권을 염두에 두고 비핵화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가 북·일 관계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 아베를 지지하는 우파 보수층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며 아베에게도 서두르지 말라고 권고한다. 오히려 아베의 비판세력이 과감한 대북 정책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비핵화 이후를 내다보고 대북 정책에 관한 정치적 입장과는 관계없이 일본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남북 공동의 비핵화 프로젝트를 얼마나 광범위하게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도록 할 것인지, 문재인 정권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2018-10-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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