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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돕던 베이징대 학생 학교서 폭행당하고 실종돼

노동자 돕던 베이징대 학생 학교서 폭행당하고 실종돼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11-12 15:47
업데이트 2018-11-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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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인민대를 포함해 최소 12명 이상의 명문대 학생들이 폭행당하고 실종됐다.

홍콩 명보는 12일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 우한 등 중국 5개 도시에서 노동자를 돕는 운동을 벌이던 학생들이 폭행 뒤에 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보도했다.

이들 학생은 스스로 마르스크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신봉자라고 밝혔으며 불평등과 기업의 탐욕에 대항해 싸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내세우는 중국 공산당이 노예 같은 대접을 받는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거리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탄압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시진핑 정권은 노동자 및 학생 운동을 포함해 어떤 사회 운동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홍콩 앰네스티측은 “이번 명문대생 탄압 사건은 중국 정권에 대한 또 다른 나쁜 이미지만 낳았다”며 “학생과 지지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를 돕다 실종된 베이징대 학생 장성예
노동자를 돕다 실종된 베이징대 학생 장성예
베이징대 학생은 지난 9일 장성예를 좇던 신원 미상의 남성이 캠퍼스에 들이닥쳐 장을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차로 끌고갔다고 밝혔다. 장은 학생 노동운동의 지도자로 한때 당국에 의해 구금됐지만 실종 당시 그의 위치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장이 폭행당할 당시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베이징대 학생은 자신도 지하로 끌려가 입을 틀어막힌 상태에서 머리를 발에 차였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은 폭행 가해자에게 누구냐고 따지자 “고함을 지르면 주먹이 더 날아갈 것”이란 협박만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실종된 장이 주도한 학생 노동운동은 올해 여름 후저우에서 시작됐다. 몇 주간의 거리시위와 인터넷 캠페인이 이어지자 경찰은 일부 학생과 활동가들을 구금했다. 학생들의 노동 운동은 애플사의 공급망을 맡은 공장 노동자뿐 아니라 탄광 노동자들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노동 운동이 이어질수록 당국은 운동의 조직화를 막고 거센 탄압에 나섰다. 난징대에서는 학생들이 맑시스트 단체를 조직하려는 것을 학교 당국이 나서서 막기도 했다. 후저우에서 노동자를 돕던 인민대 학생들은 가택 연금을 당했다.

학생 운동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마르크스와 레닌을 공부하라고 하는 마당에 중국 공산당은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좌파 이상주의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학생들의 급진적인 좌파 사상이 사회 안정에 위협이 되는 것을 우려해 더 이상 학생 노동운동이 확대되기 전에 소탕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베이징대에서는 “그들의 안전과 자유, 그리고 사회 정의로 가는 길을 비추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내용의 팜플렛이 퍼졌지만 곧 보안요원이 나타나 중단시켰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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