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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소녀를 ‘쓰담’하는 이 남자, 600만 유대인 죽음 내몰아

유대 소녀를 ‘쓰담’하는 이 남자, 600만 유대인 죽음 내몰아

임병선 기자
입력 2018-11-14 09:30
업데이트 2018-11-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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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소녀와 어울려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이 남자, 600만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다. 이 소녀는 유대 혈통의 로사 베르닐레 니에나우로 당시 일곱 살이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33년에 촬영한 사진인데 둘의 생일이 같아 로사는 어머니 카롤리네와 함께 저유명한 알프스 자락의 베르고프에 있는 히틀러 별장에 초청돼 사진을 찍었다. 모녀가 처음 이곳을 찾은 것은 1932년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두 번째 초청 때 찍은 사진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또 둘의 생일은 4월 20일인데 아마도 베르고프 별장 주변이 여름은 돼야 눈이 녹아 이때 초청됐을 것으로 보인다.

히틀러는 얼마 뒤에 카롤리네가 유대계 혈통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로사와 계속 인연을 맺고 싶어했다. 그는 사진 사본에다 “친애하는 뮌헨의 로사 니에나우에게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6월 16일”이라고 적었다. 로사가 나중에 우표를 직접 붙이고 흑백 사진에 꽃을 그려 색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진은 나치 독일이 널리 배포해 잘 알려진 사진이다.소녀는 이번에 경매에 나온 사진 주인공 로사 베르닐레 니에나우로 보인다.ㅁAFP 자료사진
이 사진은 나치 독일이 널리 배포해 잘 알려진 사진이다.소녀는 이번에 경매에 나온 사진 주인공 로사 베르닐레 니에나우로 보인다.ㅁAFP 자료사진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알렉산더 히스토리칼 옥션이 하인리히 호프만이 촬영한 사진을 13일(이하 현지시간) 경매에 내놓았는데 1만 달러에는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매사 빌 파나고풀로스는 영국 데일리메일 온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히틀러는 선전 목적으로 어린이들과 자주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은 그 역시 어린 소녀에게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며 “이렇게 총통의 서명이 들어간 사진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사는 1935년부터 1938년까지 적어도 17차례 히틀러와 참모 빌헬름 브루크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이들 모녀는 히틀러의 비서 마르틴 보르만으로부터 다시는 히틀러와 접촉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히틀러는 보르만으로부터 이렇게 조치했다는 말을 듣고 무덤덤해 했다. 보르만은 책 ‘히틀러는 내 친구였다’에다 히틀러가 “나의 일상적인 즐거움을 누설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고 얘기한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작가 호프만은 1955년에 발간한 책에 두 장의 사진을 실으면서 “따듯했던 히틀러-그녀가 순수 아리안 혈통이 아니란 사실을 알기 전까지 베르고프에서의 만남을 즐거워했다”고 썼다.

보르만이 둘의 접촉을 막은 이듬해 2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6년 동안 600만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 로사 역시 전쟁 통에 세상을 떴다. 17세 때인 1943년 천연두로 뮌헨 병원에서 숨을 거뒀는데 이 사진을 찍은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권총으로 자살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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