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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김정은의 경제우선정책, ‘신사고’의 산물인가?/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열린세상] 김정은의 경제우선정책, ‘신사고’의 산물인가?/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입력 2018-12-25 17:22
업데이트 2018-12-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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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경제는 곧 최대의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 경제체제상의 비효율성과 저효율성을 타파하기 위한 구조 개혁이나 적극적인 대외 개방은 체제 유지를 위해 가장 절박하고 관건적인 문제가 됐다.
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2000년에 접어들어 북한 사회에는 개혁개방의 의지를 함축하는 신사고가 다양한 형식으로 표출되면서 숙성 과정을 거쳐 왔다. 우선 김정일은 경제 방면에서 개혁개방, 실용주의와 직접 연계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주장들을 적극 제시하였다. 그는 기존 관념에 사로 잡혀 낡고 뒤떨어진 것을 붙들고 앉아 있지 말고 대담하게 없애 버릴 것은 없애 버리고 기술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시기에 마련한 터전 위에서 그 모양대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면모를 끊임없이 일신해 나가자고 강조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선 만큼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에서 보고 풀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새로운 관점의 강조는 기존의 폐쇄적 자력 갱생에 기초한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이나 완고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해 온 고정관념에서의 탈피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 기존의 관념 인식 체계로부터 발상의 전환을 위해 중국의 개혁 세력들이 강조해 왔던 ‘사상해방’을 반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비판하던 기존 입장의 중대한 변화다. 과거 북한은 정치 도덕적 자극을 차요시(次要視)하고 물질 자극을 위주로 하는 것은 사회주의제도의 근본 성격에 어긋난다고 함으로써 물질적 지극을 생산과 경제활동의 적극성 고취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하는 중국의 개혁 노선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은 이러한 비사회주의적 요소는 그 맹아 단계에서 단호히 짓뭉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비사회주의 요소의 도입을 위한 중국의 기본 논리인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을 전면 부정했다.

이러한 중국 개혁 노선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는데,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준 것이 바로 2001년 김정일의 상하이 푸둥(浦東) 방문이다. 당시 김정일이 중국의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등 비사회주의 요소 도입의 전형인 푸둥을 방문한 것은 중국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그들의 태도 변화를 공식화한 것인 동시에 그들의 개혁개방 의지를 부각시키려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 사회에서 강조되기 시작한 ‘신사고’나 김정일의 상하이 푸둥 방문은 폐쇄적 계획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 부분적·국지적 개혁개방 정책이 갖는 한계성을 깊이 인식한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의 경제 우선적 신정책 노선도 이러한 신사고의 연장선에서 출현한 하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미래 개혁을 위한 신사고가 현실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북한이 당면했던 주변 환경에서 기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북핵 문제로 인한 북·미 간 적대관계 심화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소를 어렵게 했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 북한의 미래 개혁을 위한 신사고가 현실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적대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 제재 같은 심각한 고립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 비핵화 과정의 성공적 결과는 한반도 안보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위한 유리한 주변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경제 우선적 신노선을 체택한 뒤 이 노선의 실현을 위해 한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일련의 태도 변화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상호 인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북한 태도 변화의 본질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태도 변화의 본질은 지금 북한 사회에서 보이고 있는 발전과 개혁을 위한 신사고의 연장선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과감한 유연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18-12-26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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