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입김 외환銀 ‘오버’ …정부 눈치보는 정책금융公
“국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렇게 이견이 극단으로 치달은 채권단은 처음이다. 예비협상대상자가 우선협상대상자의 자격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에 압박을 가하는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12/01/SSI_2010120101435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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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단독 MOU 체결은 돌출 행동이었다. 외환은행 실무자들은 지난 29일 오전 현대그룹과 MOU를 맺으면서 휴대전화 전원까지 꺼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MOU 체결 사실을 알게 된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실무자들이 외환은행에 거세게 항의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MOU는 29일 자정까지만 체결하면 되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자금증빙 서류를 받아 보고 체결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았다.”면서 “분명 외환은행이 ‘오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이 MOU를 늦게 체결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면서 “29일 MOU를 맺지 않는 데 따른 법적 책임은 모두 외환은행이 진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이 역풍을 무릅쓰고 현대건설 매각을 진행시키는 배경에 론스타가 있다고 지적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분기 배당으로 현대건설 매각 차익을 갖기 위해 매각을 서두른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내년 3월 말까지 인수대금을 내면 배당은 4월쯤 이뤄지는데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그 이전에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론스타 때문에 빨리 지분을 팔고 싶은 것”이라면서 “(론스타가) 매각 차익과 관련한 조건을 따로 걸어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가 따로 기자회견을 연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공사 측은 “금융공기관으로서 현대건설 같은 큰 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밝힐 것은 밝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선정 과정을 놓고 잡음이 많으니 외환은행과 노선을 달리해 책임을 피해 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기자회견에서 유 사장이 “(MOU 해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면 감독당국의 힘도 빌리겠다.”고 밝힌 대목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줄곧 “이번 입찰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의 발언은 현대차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12-0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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