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반포 이어 판교 전셋값도 급등

잠실, 반포 이어 판교 전셋값도 급등

입력 2011-02-15 00:00
수정 2011-02-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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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김모(38)씨는 최근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이사를 가기로 했다.

 2년 전 동판교의 봇들마을 109㎡ 아파트를 1억5천만원에 전세를 얻었는데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3억원으로 2배나 올려달라고 하면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김씨는 “2년간 새 아파트를 싸게 살았는데 2년 만에 전셋값이 이렇게 많이 오를 줄 몰랐다”며 “있는 자금으로는 분당도 힘들어서 용인쪽의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2년째를 맞는 새 아파트의 전셋값 급등 현상이 지난해 서울 송파,서초,강동구 등 서울에 이어 올해는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지난 2009년 2월부터 입주가 시작돼 올해로 줄줄이 입주 2년째를 맞으며 전세 재계약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15일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의 경우 재계약 수요가 강남권보다 적어 싼 전세를 찾아 떠나는 ‘전세난민’도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교 입주 2년차 올해 1만6천가구 대기=지난 2009년 2월 입주를 시작한 동판교 봇들마을 1,2단지의 전용면적 85㎡(분양면적 106~109㎡).

 이 아파트는 2년 전 입주 초기에 전셋값이 1억3천만~1억5천만원까지 하락했으나 현재 전셋값은 2억9천만~3억원을 호가한다.2년 전 전세를 싸게 구했던 세입자들은 재계약을 하려면 가격을 2배나 올려줘야 하는 것이다.

 한 달 뒤인 2009년 3월에 입주를 시작했던 판교 원마을 9단지 전용 85㎡도 입주 초기 1억5천만원까지 떨어졌던 전셋값이 최소 1억원 이상 올라 현재 2억6천만~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판교 W공인 관계자는 “입주 초기에는 전세물량이 넘쳐 전셋값이 폭락했는데 2년 뒤인 현재는 집주인들이 시세대로 제값을 받기를 요구하다보니 전셋값이 뛰고 있다”며 “전세를 싸게 놔주는 중개업소에는 주인들이 물건을 안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판교신도시의 현재 전셋값은 3.3㎡당 936만3천원으로 이 지역의 전세 시세가 처음 조사되기 시작한 2009년 7월(679만5천원) 대비 38%가 뛰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판교신도시에는 전세 재계약을 포기하고 나가는 일명 ‘전세 난민’이 늘고 있다.

 올해 판교 신도시에서 입주 2년차를 맞는 아파트는 총 1만6천300여가구에 이른다.

 K공인 대표는 “입주 당시 새 아파트인데도 전셋값이 분당신도시보다 훨씬 낮아 용인,분당,수원 등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많이 유입됐었다”며 “강남권과 달리 서민들이 많이 살다보니 오른 전셋값을 부담하지 못해 이사를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는 이 때문에 2년 재계약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세난을 겪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전세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용인,수원,분당 등의 전세시장에는 판교에서 나온 세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재계약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며 “다만 오는 9월 신분당선 개통,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 입주 등의 재료로 인구 유입이 늘어 하락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반포도 2년 주기로 급등락=최근 입주 2년차 아파트의 전셋값 급락·급등세는 서울 송파,서초구 등 강남권에서 먼저 나타났다.

 송파구의 경우 잠실 저밀도지구 재건축 입주가 시작됐던 2007년에 5천523가구,2008년에는 무려 2만2천800여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졌고,2008년 말에는 서초구 반포 자이(3천410가구),2009년 7월에는 래미안 퍼스티지(2천444가구)가 입주했다.

 당시 강남권에 쏟아진 새 아파트는 해당 아파트는 물론 주변지역 전셋값 하락을 가져왔고 저렴한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노릇을 해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초까지 서울,수도권 전역에 이어진 ‘역전세난’을 촉발하기도 했다.

 그러다 2년 재계약 시점을 맞는 작년 가을부터는 전셋값이 급등해 송파구와 서초구의 경우 입주물량이 쏠렸던 2008년 말 대비 현재까지 전셋값이 각각 46.7%,38.5% 상승했다.

 반포 자이 116㎡(전용 85㎡)는 2008년 말 3억원 안팎이던 전셋값이 현재 6억5천만~7억원으로 2배 이상 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 송파,서초 등 전셋값이 급등한 것은 2008년 폭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2008년은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특수 상황까지 가세해 전셋값 낙폭을 키웠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 “세입자는 지난 2년간 싼 값에 새 아파트 전세를 살 수 있었던 반면 집주인은 전셋값 폭락으로 대출금리 등에서 손해를 봤다”며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2년여전 글로벌 경제위기와 입주물량 변화에 따른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년마다 널뛰는 전셋값..공급 구조가 문제=전문가들은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 구조상 강남,판교와 같은 전셋값 널뛰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되풀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 공급,대량 입주 구조는 결국 시장 침체기에 대량 매물로 이어져 가격이 급락했다가 다시 급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2년마다 전세계약이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 구조는 ‘2년 주기’로 가격을 변화시킨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과거 죽전택지지구,동탄신도시 입주 때도 대단위 입주 여파로 전셋값 변동이 심했다”며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새 아파트일수록 2년 마다 고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도 이런 주택시장의 왜곡 현상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2007년에 민간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한 결과 이들 물량이 대거 입주한 2010년 상반기에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약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2008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 분양물량이 급감하면서 앞으로 2~3년은 수도권의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선덕 소장은 “과거 주택공급 정책은 장래 인구구조나 주택 수요와 공급을 면밀히 파악해 수립하기보다는 선거때마다 제기되는 공약 때문에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최근 수급불균형은 예측 불가능한 주택정책이 나은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전세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민들을 위한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원갑 소장 “전세는 가수요가 없고,당시의 주택 수급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해 수급이 약간만 꼬여도 역전세난과 전세난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며 “소형 분양 및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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