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자’ 판단ㆍ사업소득세 납부 여부가 쟁점
국세청이 사상 최대인 4천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키로 한 시도상선 권혁 회장에 대한 과세는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권 회장 측이 적극적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국세청과 권 회장 측 간에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 공방에서 쟁점은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인지 여부와 국내외 재산을 실질적으로 소유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거주자’ 여부 공방 치열
소득세법에는 ‘국내에 거소를 둔 기간이 2년에 걸쳐 1년 이상인 경우 국내에 거소를 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1년 중 6개월 미만을 살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로 판정받지 못하면 국세청이 그에게 과세할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
권 회장 측은 2006년 이후 주로 홍콩에 거주하면서 한 해 180일 이내 국내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2007년에만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190일 동안 국내에 머무른 적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세청은 ‘1년 중 6개월 미만’이라는 규정이 국내 거주자 여부를 판정하는 데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권 회장이 국내에서 실질적인 경영 활동을 벌였거나 가족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으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 이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국내 거주자를 판단할 수 있게 한 소득세법에 근거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한해 180일 이내 머무르더라도 국내 거주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2006년 6월 대법원 판례를 보면 남편에게서 5층 건물을 증여받은 A씨는 배우자 증여재산공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A씨가 미국에 살면서 4년 동안 국내에 머무른 기간이 총 325일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A씨를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없으며, 증여재산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심인 고등법원과 3심인 대법원은 “A씨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혼인 생활을 유지한데다, 남편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A씨를 국내 거주자로 인정, 증여재산공제를 받도록 했다. ‘1년 180일 이내 국내 체류’라는 요건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 회장 측은 “권 회장의 경영 활동이 주로 홍콩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부인도 권 회장을 따라다닐 뿐 국내에는 머무르고 있지 않다”고 말혔다.
◇ 국내외 재산, 실질 소유 여부도 관건
국세청과 권 회장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또다른 쟁점은 권 회장이 국내외에 막대한 재산을 소유했는지 여부이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국내 호텔이나 부동산, 사업체 등을 소유한 것은 물론 스위스, 케이만아일랜드, 홍콩 등의 해외계좌에도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권 회장 측은 “권 회장은 시도상선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을 뿐 다른 재산은 없다”며 “월급을 받아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과세당국에 소득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권 회장이 보유 선박 160여척 규모의 수조원대 자산을 가진 해운회사 대주주이면서도 국내외에 부동산이나 소유 재산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유자산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명의만 이전해 국내에서 세금 탈루를 꾀했다는 것.
권 회장의 수입에 대해서도 시도상선의 막대한 이익을 조세피난처의 회사로 돌려 국내에서 마땅히 내야 할 사업소득세를 안 냈다는 입장이지만, 권 회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결국 관건은 이들 재산을 보유한 해외 페이퍼컴퍼니나 투자법인의 실질적인 소유 주체가 권 회장인지를 밝혀낼 수 있는 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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