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지속 땐 ‘먹튀’ 행각 더 심해질 듯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서 챙겨간 배당금이 무려 7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외국인 배당은 연말연시에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배당금은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국인이 외국기업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은 ‘외국인 배당금’의 절반을 겨우 넘는 3조8천억원에 그쳤다.
25일 한국은행 등의 통계를 보면 지난 1~10월 외국인들이 국내기업에서 챙겨간 배당금(투자소득배당지급)은 67억3천10만달러였다. 같은 기간의 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7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1995년 이후 같은 기간(1∼10월) 기준 연도별 배당금 중 역대 4번째로 많다. 외국인 배당금이 가장 많았던 2007년에는 81억3천770만달러였다. 이어 2008년(76억5천만달러), 2005년(67억3천710만달러) 순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에 내국인투자자가 외국기업에서 거둬들인 배당금(투자소득배당수입)은 34억7천84만달러(한화 3조8천억원)였다. 연도별로는 2008년 42억3천600만달러에 이어 2번째 규모다.
투자소득배당지급을 투자소득배당수입으로 나눈 ‘투자소득배당배율’은 올해 1.934에 달했다.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2배가량 많은 배당금을 챙겨갔다는 의미다.
배당배율은 2003년 7.67까지 치솟았다가 2009년 2.23까지 내려간 뒤 2010년에는 1.88로 떨어졌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과 1999년 배당배율은 각각 -0.55, -1.44였다. 당시 외국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배당지급과 배당수입간 불균형 현상이 심한 탓에 국부유출 논란이 계속된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이나 배당성향은 대략 1% 수준으로 서로 차이가 없다”면서 “내국인투자자들이 외국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 3∼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균형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이 많다는 것은 명백한 ‘국부유출’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한국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멕시코는 직접투자가 증권투자보다 많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건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지속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손실을 만회하려고 지금보다 더 높은 배율의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