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천왕’ 쳐내기? vs ‘김승유’ 구하기?

‘5대 천왕’ 쳐내기? vs ‘김승유’ 구하기?

입력 2012-01-13 00:00
수정 2012-01-1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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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하나금융사장 사의 파장

김종열(60)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급작스러운 사퇴 발표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진짜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설(說)이 난무하는 가운데 ‘5대 천왕 쳐내기’라는 관측이 대두돼 해당 금융그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정반대로 김 사장의 ‘김승유 구하기’에 더 무게를 두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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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유 하나금융·강만수 산은금융·어윤대 KB금융·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 나이로 고희(70)를 맞았거나 목전에 두고 있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64세다.

따라서 금융권은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김 사장의 사퇴의 변이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이들의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5대 천왕들은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 ‘쇄신’을 이유로 용퇴를 주문하기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평소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만 마무리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오는 3월 주주총회 때 그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이를 계기로 자연스러운 금융권 물갈이를 유도하려 했으나 최근 “1년 더”를 욕심내는 김 회장 진영의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보이지 않는 손’이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김 사장이 김 회장을 끌고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 당국은 “둘 다 잘못 짚은 것”이라고 일축한다. 오히려 김 회장과 김 사장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의심한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가 알기로 금융 당국 자체적으로나 위(청와대)에서나 그 어떤 지침도 없었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청문회 얘기가 나오고 여권과 금융 당국도 대선과 총선 등을 의식해 몸을 사리면서 김 회장이 최근 곤궁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에 말 그대로 남은 금융 인생을 걸었는데 자칫 불발될 조짐이 보이자 김 회장이 특유의 쇼맨십에 기반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김 사장이 사전 교감 아래 충격요법을 썼다는 얘기다. 최측근을 희생시키는 ‘성의’를 보임으로써 금융 당국과 정치권을 설득 내지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이 추론에는 김 회장이 김 사장에게 ‘훗날을 보장했다.’는 전제가 따른다. 당국과도 교감했다는 얘기가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1-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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